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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내정된 이경섭 농협금융지주 부사장(57)은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금융업계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돼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며 "당장은 지주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수익성 제고,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은행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날 오전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고 이 부사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이 부사장을 단독 후보로 자추위에 추천해 별다른 이견 없이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정자는 은행 이사회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내년 1월 1일 정식 취임한다.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중앙회 PB사업단장, 서울지역본부장, 금융지주 경영지원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 내정자는 김주하 현 농협은행장에 이어 지주 부사장이 은행장으로 취임하는 두 번째 사례다. 이 내정자 취임으로 공석이 되는 지주 부사장 자리는 중앙회 기획실장 출신인 오병관 금융지주 상무가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총괄한 이 내정자는 최근 제기됐던 삼성카드·현대카드 인수설과 관련해 "지분이 시장에 나왔다고 해서 관련 사항을 점검해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식으로 인수제안서를 검토한 적은 없으며 당분간 카드사 인수·합병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농협은행 카드 부문을 분사할 가능성이 있고 자금력도 있다 보니 시장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카드업종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우투증권에 이어 카드사까지 인수하면 농협 자금으로 금융지주 외형만 확장한다는 비판도 염려된다"고 설명했다.
이 내정자가 농협은행 새 수장으로 선임된 데는 '안정'보다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금융업계 판도 변화에 대비하겠다는 김용환 지주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지난 4월 김 회장 취임 뒤부터 꾸준히 손발을 맞춰 온 이 내정자는 글로벌 진출 전략, 핀테크 육성, 리스크 관리 강화 등 김 회장의 청사진을 잘 이해하고 손발을 맞춰 나갈 적임자로 꼽힌다.
김 회장은 "김주하 행장이 그간 잘해 왔지만 내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금융계 변화로 인해 조직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다"며 "이 내정자가 조직 분위기를 바꾸고 내실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지난해 초 지주 부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우투증권 인수 및 농협증권과의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국내 최대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또 금융권 최초 복합금융점포를 개설하는 등 농협금융의 굵직한 현안들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농협금융은 신임 은행장 주도하에 연말까지 부행장, 영업본부장, 부서장 등 후속 인사를 조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중앙회 시절부터 대표적인 금융전문가로서 안팎의 신임을 받고 있다"며 "지주 부사장이 은행장으로 선임되는 전통이 만들어진 것도 지주·은행의 협업을 위해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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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