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화정의 부활이냐, 바이오·화장품·게임주 등 중소형주의 고고씽이냐’
요즘 증시에선 용과장으로 상징되는 소비재 업종과 소부장으로 상징되는 중후장대 업종 간의 주도주 경쟁이 한창이다.
상반기는 용과장의 KO승에 가까웠다. 바이오 화장품 게임 콘텐츠 등 경기를 타지 않는 소비재들이 각광받으면서 이들 종목에 집중했던 용과장의 펀드수익률이 월등히 좋았다.
하지만 하반기는 소부장의 판정승쪽으로 다소 기울었다. 거품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주주 양도세 이슈가 불거지면서 중소형주 주가가 급락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한동안 소외됐던 대형주·수출주 등이 대대적인 주주친화정책과 함께 주가가 지나치게 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내년 판세는 어떻게 될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다본 종목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용과장의 우세가 점쳐진다. 최근 매일경제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형주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78곳의 내년 예상 영업이익 증가율은 31%에 달했다. 대형주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코스피 상장사 184곳의 내년 예상 영업이익 증가율(16.2%)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가 실적임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중소형주가 주류를 이루는 코스닥 종목들이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삼성증권 고객들이 요즘 중소형 성장주에 투자하고 있다”며 “5년 전부터 싸다는 이유로 투자했던 대형주들이 계속해서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카카오 영업이익이 올해 951억원에서 1643억원으로 72.7%나 증가할 것으로 보여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다. 조창옥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은 카카오가 준비한 과실을 수확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 영업이익은 신규 사업을 위한 콘텐츠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2014년보다 52% 감소하겠지만 2016년부터 신규 사업 매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 등 경기 부양책으로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이어지면서 중소형주에 계속 자금이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전망, 상반기 치솟았던 중소형 성장주 주가가 하반기 들어 충분히 조정을 받았다는 점도 내년 중소형주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다.
다만 실적에 따라 종목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종목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에 따라 일부 중소형주는 신고가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지만 일부 종목은 조정을 받은 뒤 반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명식 대신자산운용 과장은 “미국의 임금 인상 사이클에 따라 헬스케어, 소비재 쪽에서 붐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며 “미국에서 어떤 아이템이나 사업이 각광받으면서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부문의 진화도 관심사다. 고정훈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 차장은 “스마트폰도 내년이나 내후년께 휘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 업체들 중 어떤 기업이 수혜 받을지 스터디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하윤 과장은 “인터넷·소프트웨어가 아직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인터넷 관련 보안, 핀테크 기업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도전 정신이 강한 용과장들에게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다. 고정훈 차장은 “중국 시장이야말로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의미없는 곳”이라며 “최근 국내 미디어 컨텐츠들이 중국에서 인기몰이를 하듯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향후 중국 시장에서 먹힐지 집중 분석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명식 과장도 “중국 소비재 부문이 앞으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위안화 약세 국면은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증시환경인만큼 이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처럼 중소형주가 주목받다가 대형주가 만회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시소게임’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용환진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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