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사서 분양을 하려고 준비하던 고객이 처음으로 땅을 매입하여 공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자신의 땅도 사달라는 사람들이 생겨 이참에 자신이 본업을 옮겨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명함을 새로 만들고 명함에 직함을 ‘시행사’라고 써 넣었다.
대부분의 시행사는 부동산개발사업의 실질적인 사업운영자를 말하는 것으로 모든 공사의 전 과정을 책임맡아 관리한다. 대규모공사에 주로 사용되었던 것이 부동산개발이 호황기일 때 소규모 사업자에게도 시행자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었다. 소규모 사업자는 결국 자신이 살집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살게 될 집을 땅을 사서 지어놓고 파는 사람으로 지칭되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하게 되는 것처럼 시행사도 과한 시기를 맞았었다. 우리나라 부동산의 절대적 호황기에 시행사라는 이름으로 대지소유주와 시공회사와 건축사사무소 그리고 은행을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시행사 또는 시행자는 특별한 자격이나 조건에 대해 필요한 것이 없다보니 조금의 인맥만 있고 조금의 금융지식이 있으면 ‘시행’에 뛰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행사가 되었고 사업의 성공을 위해 약간씩의 부풀어진 이야기는 스스로를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부동산의 거품이 줄어들자 정식사업자들이 사업성에 대한 개별적인 판단을 엄격히 하게 되면서 시행사가 과도하게 부풀려 놓은 정보에 대해 불신하자 시행사들의 입지가 줄어들게 되었다. 부동산개발사업에서 시행사들은 정확하지 못한 정보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란 인식이 생기게 된 부분도 있다.
고객이 만들어온 직함에 ‘시행사’라고 쓴 것에 대해 좀 더 경험을 쌓을 것과 시행사에 대한 주변인식이 어떤지도 설명함으로 시행사를 명함에서 빼기를 부탁드렸다. 이제 처음 건축을 경험하는 분에게 시행의 좀 더 정리된 지식을 갖고 다가서기를 당부 드렸었다. 물론 그 분은 지금 이익을 한곳에 전부 투자했다가 잘못되어서 두문불출 하고 있으니 참 어려운 영역인 것 같다.
시행은 건축의 각 영역의 전문가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큰 사업이건 작은 소규모 주택이건 건축을 잘 모르는 건축주에게 다양한 건축 전문가들과의 조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축은 저마다 자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로 각각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건축사가 건축전반을 조율하기도 하고, 시공사가 건축전반을 조율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서 CM회사(construction management)를 만들어 건축전반을 조율하는 업역을 체계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행은 전문화를 표방하는 회사가 아닌 경험을 바탕으로 몸이 가벼운 개인들이 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 하다.
시행사는 PM(project manager),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축매니저 등의 이름으로 여전히 사람들과 호흡하고 있다. 전문적인 회사가 장담하거나 확신을 주지 못할 때 자신의 경험으로 믿음을 주고 추진력을 제공하는 것이 화려하다 못해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다양한 경험과 정보로 상대에게 믿음을 주고 마음을 얻기 위해 현재와 미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하지만 쉽게 일이 성사되지는 않는다. 성사가 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행사도 지쳐서 시행을 접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도전하지만 그 달콤함을 얻어 가는 사람은 흔치 않다. 직업의 그림이 명확하지 않아 지식의 끝점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사업의 시작점이 보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건축의 영역이 세분화 되고 전문화 되면서 건축전반을 부드럽게 끌고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어려운 만큼 건축을 부탁하는 일반 건축주에겐 더 없이 고마운 일이다. 시행을 통해 교감하는 맛이 달콤한 만
[라임건축 김법구 건축사][ⓒ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