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거래소는 올해 들어 코스피 상장사 중 42곳이 9조176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낸 상장사 수가 22개, 매입 규모는 1조7466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 수는 2배, 매입액은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업체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주목적은 '주가 떠받치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취득 상위 10개사 모두 주가 안정 또는 주주 가치 제고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회사 자본금과 이익금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유통되는 주식량이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주식 한 주당 자본금과 이익금이 증가해 기존 주주의 지분 보유 가치가 올라간다. 이에 따라 향후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 자사주를 사들인 회사의 평균 주가는 주식시장지수보다 더 높은 상승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장내 취득이 종료된 자사주 매입 사례 67건을 조사한 결과 자사주를 매입한 코스피 상장사 주가는 자사주 취득 시점에서 종료 시까지 평균 10.92%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보다 평균적으로 8.39%포인트 높은 수익률이었다. 코스닥 상장사 주가도 평균 6.54%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4.79%)보다 1.75%포인트 높았다.
또 배당을 실시하면 기업은 현금을 제출해야 하지만, 자사주는 여차하면 다시 주식을 팔아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어 현금 유보 측면에서도 기업은 자사주 매입을 선호할 수 있다. 대주주로서도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총수가 줄어들어 본인 지분율이 높아지기에 경영권을 방어하기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대그룹 오너들도 지분율 확대가 필요한 곳이 많다. 삼성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3세 지분 승계율이 높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해소와 함께 정의선 부회장으로 지분 이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SK와 SK C&C,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간 합병을 각각 완료한 SK그룹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율 확대가 관건이다. LG그룹도 계열사 중 유일하게 지주회사 지배력을 받지 않고 있는 LG상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한다. 화학 부문 빅딜 이후 내실 다지기에 나선 한화그룹도 계열사에 대한 자사주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큰 회사들로는 배당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면서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을 꼽을 수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흑자를 기록했으면서 부채비율이 200% 미만으로 낮고 자사주를 포함한 대주주 지분율이 30%에 못 미치는 종목 중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총 20곳이다. 최근 기존 1
[용환진 기자 /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