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국내 대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 4명이 1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모여 내년도 증시 전망에 대해 토론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위원, 오태동 NH투자증권 팀장, 유승민 삼성증권 팀장, 한요섭 KDB대우증권 팀장. <이충우 기자> |
연내 미국 금리가 확실시되고 중국 경기까지 둔화되면서 G2의 위기감이 국내 주식 시장에도 침체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곳곳에 숨어있는 지뢰를 피하면서 종목의 ‘옥석’을 가려 투자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의도의 투자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 4명에게서 내년도 증시 전망을 내다보는 혜안을 들어봤다.
- 내년 코스피도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증시 상승을 가로막을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인가
▶ 한요섭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글로벌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을 코앞에 두고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경향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 신흥국 환율이 약세로 돌아서는 결과가 이어진다.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이탈을 부추겨 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 중국 리스크도 유념해야한다. 중국이 정책적으로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미진한 상태다.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 내년에 국내 총선과 미국 대선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많다.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유승민 팀장 = 역사적으로 봤을 때 국내 총선과 증시의 상관관계는 불분명하다. 미국 대선은 중요한 변수다. 역대 미국 대통령 임기 중 재임에 성공한 대통령의 2차 임기 4년차에 경제성장률과 증시상승률이 부진했다. 레임덕 현상 때문으로 해석된다.
▶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 정치적 변수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특정 정당이 압승할 경우 기업부채나 가계부채 문제 같이 정치권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강도 높은 정책이 나타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한다.
▶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위원 = 보통 총선 이전에 정부는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한다. 국내 증시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내년에 기업 구조조정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는 변동성이 커질텐데.
▶ 한요섭 팀장 = 같은 업종에서도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을 수 있는 선두 그룹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간의 주가 차별화 양상이 극명해질 것이다. 제품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 뿐 아니라 구조조정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는 넉넉한 현금 보유와 잉여 현금흐름 창출능력을 염두에 두고 종목을 선택해야한다.
▶ 오태동 팀장 = 구조조정 대상으로 언급되는 업종들의 주가는 이미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오히려 구조조정을 통해서 산업내 경쟁이 완화되고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에 거기에 초점을 두고 기회를 잡아야한다.
▶ 곽병열 위원 = 조선, 해운업종의 한계기업을 두고 일종의 ‘폭탄 돌리기’식의 루머들이 떠돌면서 단기적으로 시장에 변동성을 커질 수 있다.
- 올해 중소형주가 강세였다면 내년 대형주 강세를 예측하는 의견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 한요섭 팀장 = 한국 증시는 가치보다는 성장에 보다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중소형 성장주에 대한 수요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와 연관성이 높은 대형주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 유승민 팀장 = 대형주 강세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의 기대 수익률이 올라가 상대적으로 가치가 고평가된 중소형주에 불리한 여건이다. 다만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성장주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므로 기존에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성장주보다 새로운 테마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 오태동 팀장 = 소형주의 가격이 너무 급등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형주 강세가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에는 소형주들이 가격 부담을 해소하고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 대형주 가운데 유망한 업종과 종목은?
▶ 한요섭 팀장 = 대형주 중에서는 자동차, 화장품, 제약·바이오, 음식료·담배업종과,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펼치는 기업들이 유망하다.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네이버, KT&G, LG, 동부화재, 제일기획, 동아에스티가 해당된다.
▶ 유승민 팀장 = 대형주는 정보기술(IT), 자동차(전기차, 차량 전장), 은행, 화학, 미디어가 유망하다.
▶ 곽병열 연구위원 = 대형주 중에서는 전기차용 이차전지의 대중국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LG화학 같은 화학 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본다.
- 올해는 성장주가 강세였다면 내년에는 가치주 강세를 예측하는 의견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 한요섭 팀장 = 미국 금리인상 단행 이후 초기 국면에서는 위험회피 성향이 극대화되면서 가치주가 상대적 강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점차 매출 성장세가 나타내는 성장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이다.
▶ 오태동 팀장 =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기에는 가치주의 성과가 더 좋지만 상승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 곽병열 위원 =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성장주가 상대적인 수익률이 높다. 상하반기 국면별로 달라질 수 있지만 가치주보다는 성장주를 높게 평가한다.
- 내년 상하반기에 유가와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나.
▶ 한요섭 팀장 = 내년 상반기 국제 유가는 반등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도 상반기에 에너지와 화학업종의 상대적 강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의 공격적인 증산으로 국제 유가는 재차 약세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달러화 대비 원화값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절하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유럽과 일본의 통화 완화 정책으로 엔화와 유로화 대비로는 원화의 상대적 강세 흐름이 예상된다.
▶ 유승민 팀장 = 구조적인 공급 과잉으로 국제유가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주요 기관의 수요·공급 예측을 종합할 때, 내년 4분기 이후 2017년에는 다소 수요 우위 시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추가적으로 하락하기보다는 완만한 회복을 전망한다. 미국 금리인상 시행으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약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말 기준 1250~1300원 까지 떨어질 수 있다.
▶ 오태동 팀장 = 달러는 내년 상반기까지 강세를 보이다 하반기에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는 내년 상반기에 상승하지만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의 외국인 자금이탈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일것으로 예상하나
▶ 곽병열 연구위원 = 국내 증시는 2013년 뱅가드가 벤치 마크를 변경해 한국을 선진국에 편입시키면서 선진국 자금도 일부 꾸준히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여타 신흥국보다는 상대적으로는 안정적일 수 있다.
▶ 한요섭 팀장 = 내년에도 글로벌 자금의 자산배분 차원에서 신흥국 증시에 대한 비중은 축소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신흥국 내에서도 자원 수출국보다는 수입국으로 자금이 집중될 수 있다. 자원 수입국인 한국은 낮은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비용절감으로 중국과 선진국의 내수 회복 수혜를 받아 매출 성장이 기대되고, 주주환원정책이 확대되고 있어 외국인의 점진적인 순매수 유입을 기대할수 있다.
▶ 유승민 팀장 = 금리인상 초기에는 신흥국으로부터 대대적 자금 이탈 가능성이 낮다. 이미 장기간에 걸쳐서 출구전략 시행이예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자금 이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 오태동 팀장 =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중을 축소해나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매도 흐름이 지속되다가 하반기에는 진정되거나 매수로 돌아설 수 있다.
- 내년 변동성이 큰 장에서 가져야할 투자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지 조언해달라
▶ 한요섭 팀장 = 올해 연구개발을 통해 핵심역량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한미약품과 아모레퍼시픽 같은 기업들의 주가가 놀라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이러한 동일 업종 내 펀더멘탈에 기반한 주가 차별화가 이어질 것이다. 거시적 환경의 변화를 염두에 두되, 기업역량을 보다 세밀히 살펴보고 연구하는 ‘아래로부터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 유승민 팀장 = 성경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를 인용한다면 내년 주식시장에서는 ‘밸류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이 들어맞는다.
▶ 오태동 팀장 = 개인 투자자는 시간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활용하길 추천한다. 투자 보유 기간을 여유 있게 설정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배미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