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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9일 "수출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구조와 얼라이언스 중심의 글로벌 해운산업 체계,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비록 경영사정이 어렵다 해도 양사 체제 유지는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해수부는 또 "해운 구조조정은 각 회사가 마련한 자구계획에 따라 주채권은행 등이 이에 필요한 지원 여부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등이 참석하는 구조조정 범정부 협의체를 열어 해운업 등 부실업종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협의체 논의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의 유동성 위기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여부 등이 결정된다.
일각에선 차관급 회의인 이날 협의체 회의에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강제 합병이 추진될 것이란 시나리오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정부와 현대상선 모두 이를 부인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정부 차관회의는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업종별로 과잉설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특정 업체에 대한 합병 등은 차관급 회의뿐만 아니라 국장급 실무회의 선에서도 다뤄질 사안이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해운뿐만 아니라 철강, 화학 등 다른 업종에 대해서도 정부 방침은 똑같다"고 덧붙였다.
하준 현대그룹 전무 역시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낸 적이 없고 아직 방침이 정해진 바 없다"며 "현대상선을 버리고 현대증권을 가져가겠다는 얘기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지속하다가 지난해 82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올 들어서도 흑자를 이어가면서 6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지만 수주 규모가 줄어들면서 매출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94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9% 줄었다
업계 2위인 현대상선은 해운경기 악화로 2011년부터 무려 5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2011년 337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12년 5198억원, 2013년 3514억원, 지난해 2584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 연이은 적자에 이어 3분기 실적 역시 110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는 등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4조3000억원대로 부채비율이 748.1%에 달하는 등 부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진해운 역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751%로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두 회사를 연명시켜온 것은 2013년 7월 정부가 내놓은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의 핵심인 시장안정 유동화증권(P-CBO)을 통한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이다. 이른바 '회사채 신속인수제'라고도 불리는 이 방안으로 두 회사는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많게는 1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통해 갚아왔다. 하지만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두 해운사를 포함한 수혜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기미가 없어 이 제도는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은 현대그룹이 금명간 내놓을 현대상선 자구안에 쏠려 있다. 현대증권 매각 시나리오가 무산된 가운데 현대그룹이 자체적으로 현대상선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현대증권 매각에 난항을 겪자 현대그룹 최고경영진이 가장 덩어리가 큰 현대상선에 대한 처리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상선 지분을 팔아 수익성 높은 계열사 지분율을 높이고 신성장동력에 투자하려는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한진해운을 재인수한 한진그룹도 현대상선을 추가로 껴안을 여력이 없어 부담을 느끼기는 매한가지라는 점이다. 자칫 한진해운 영업 악화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작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합병이 현실화된다 해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 1, 2위 해운사 합병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과 중복 사업 축소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항만과 유류공급업체에 대한 가격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해운운임 자체가 바닥 수준인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해운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양사 간 합병이 의미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금융당국과 채권단 일부 실무진 역시 현대상선의 제3자 매각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글로벌 해운경기 불황으로 경영권 매각이 쉽지 않은 상
구조조정의 칼날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도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대 신규자금 지원을 발표한 상황이라서 무작정 자금 지원을 강행하기 어렵다. 현대그룹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이달 제출할 자구안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는 이유다.
[정지성 기자 / 윤진호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