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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다 사토시 노무라증권 증권기획부장은 "개인들이 일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NISA)로 우정그룹 3개사 주식을 많이 사들였다"면서 "NISA가 가계 자산을 저축에서 투자로 돌리는 촉매제 구실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9일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2014년 1월 NISA 제도를 도입한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1년6개월 동안 NISA를 통해 개인 자금 5조1936억엔(약 50조원)이 주식과 펀드로 유입됐다. 일본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올해 3분기(7~9월)에도 최소 5000억엔 이상이 NISA를 통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NISA 계좌 수도 6월 말 기준 921만개로 아직 9월 말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미 10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NISA 도입 이후 닛케이225 지수는 2013년 말 1만6291에서 9일 현재 1만9642로 1년10개월 동안 20.6% 상승했다. 2014년 NISA 계좌 연간 평균 수익률은 11.6%로 집계됐다. 기업 증자 등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가 지난해 연간 2조엔으로 전년에 비해 15%가량 증가했고, 신규 상장 기업 수도 90개로 전년 대비 10개 이상 늘었다. 결과적으로 개인들은 소비 여력이 커지고 기업들은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활발해지면서 20년간 장기 불황에 빠졌던 일본 경제가 꿈틀대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이른바 주식 만능 통장이 일본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하야시 히로미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 연구원은 "NISA 도입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주식시장에 신규로 들어온 자금이 14조엔인데, 이 가운데 NISA를 통해 투입된 돈이 약 25%인 3조4000억엔"이라며 "NISA를 도입한 가장 큰 의미는 예금만 넣던 개인들이 금융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영국 ISA(1999년 도입)를 벤치마킹해 지난해 NISA를 도입한 이유는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계 자산(2013년 말 기준 2687조엔) 중 70% 이상이 부동산(38.4%)과 예·적금(32.3%) 등 안전자산에 쏠려 있어 노후 준비를 위한 효율적인 자금 운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비중은 10.7%에 불과했다.
일본에서 NISA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저금리·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이라는 정책적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NISA를 통한 투자 대상을 주식과 펀드로 제한했고 은행 예·적금은 제외했다. 투자 수익에 대해 비과세 한도를 두지 않고 투자 수익을 바로 현금화할수 있도록 중도 인출도 제한하지 않는 방식으로 개인들을 주식 투자로 유인했다.
오사키 사다카즈 일본 금융청 금융심의회 위원은 "일본 정부는 NISA 도입으로 세수가 줄어든다는 염려보다는 오히려 NISA를 통해 주식투자가 늘어나면 개인 자산 증식과 경제 활성화에 더 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연간 100만엔인 NISA 가입한도를 내년부턴 120만엔으로 높이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주니어 NISA'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주니어 NISA는 부모나 조부모가 자녀 명의로 출생 직후부터 만 18세까지 연간 80만엔 한도로 주식이나 펀드에 비과세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또 현행 5년인 비과세 혜택기간도 영구화를 추진해 NISA를 통한 자본시장 살리기에 더
■ <용어 설명>
▷ ISA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ndividual Savings Account)는 한 계좌에 예금·펀드·파생결합상품(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넣고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하면 발생한 소득에 대해 한도 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주는 이른바 '만능 통장'을 말한다.
[도쿄 =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