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대표적 금융회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잇따라 매입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가속화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삼성생명은 자사주 650만주(3.25%)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매입이 완료되면 삼성생명은 총 8.75%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된다.
삼성생명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소액주주(29.65%)를 달래면서 금융지주사로서의 모습 갖추기에도 나섰다는 분석이다. 일단 자사주를 보유한 뒤 배당을 받아 그룹내 다른 금융계열사 지분 취득에 쓸 수가 있고 다른 백기사에 넘겨 의결권을 살려 지배구조를 탄탄히 할 수 있다는 것. 금융지주사 밑그림을 그리면서 다양한 각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다.
삼성화재도 최근 5300억원 자사주 매입을 밝힌 것도 향후 이 지분을 삼성생명에 블록딜 형태로 넘길 경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자회사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삼성생명은 그룹내 핵심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을 각각 15.0%, 11.1%를 가지고 있다. 지주사 요건인 상장 계열사 보유지분 30%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라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측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달 29일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달리 삼성생명은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지 않고 보유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금융시장에서는 일단 삼성전자의 경우 보유 현금이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해도 큰 무리가 없지만 삼성생명은 처지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8조원에 달하고 삼성생명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는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함으로써 주가 부양에 딴 뜻이 없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55.83%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은 물론 국내외 기관들을 달래는데 사용했다는 평가다. 이후 주총에서 이 주주들이 든든한 아군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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