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이후 최근 2개월 주식시장 반등 국면에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15% 안팎으로 단연 높은 성과를 냈다. 3분기 원화 약세로 대형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데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확대되면서 당분간 그룹주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 펀드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일 매일경제가 한국펀드평가에 의뢰해 하반기 코스피가 저점을 찍은 8월24일(1829.81) 대비 10월28일 종가 기준 최근 약 2개월 국내주식형 액티브 펀드(설정액100억원 이상) 272개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6개가 대그룹주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7.14%),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15.41%), ‘IBK삼성그룹’(15.14%), ‘미래에셋5대그룹주’(14.14%), ‘KB삼성&현대차그룹플러스’(14.01%),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12.36%) 등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그룹주 펀드였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이 7.45%이고 코스피 상승률이 11.6%인 것과 비교하면 그룹주 펀드 강세가 두드러진 셈이다.
3분기 원화 약세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대형주에 대한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 현대차는 경쟁관계에 있는 폭스바겐의 연비 조작 논란까지 호재로 작용하면서 주가 반등폭이 컸다. 최근 약 2개월 사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포함된 삼성그룹주와 현대차그룹주는 대부분 20% 가까이 급등했다. 삼성전자가 21.2% 상승한 것을 비롯해 삼성물산은 17.6%, 삼성생명은 14.6% 각각 상승했다. 현대차그룹주 가운데서도 현대차 9.1%, 현대모비스 23.9%, 기아차 20.8% 각각 올랐다.
운용사 가운데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강세가 돋보였다. 최근 2개월 국내주식형 상위 10개 가운데 4개가 한국투신운용 펀드였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펀드를 비롯해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12.36%), ‘한국투자성장’(12.03%), ‘한국투자배당리더’(11.32%) 등이 포함됐다. 한국운용이 대표적인 대형 성장주 중심의 투자 색깔을 가진 운용사여서 최근 대형주 강세장에서 힘을 발휘한 것이란 평가다.
반면 ‘KDB코리아베스트하이브리드’(-3.08%)나 ‘마이다스거북이90’(-1.76%)과 같은 롱숏 전략 펀드, ‘프랭클린중소형주’(-2.35%)나 ‘삼성중소형FOCUS’(-1.89%) 등 중소형주 투자 펀드들은 최근 2개월 상승장에서도 -2% 안팎의 손실을 기록했다.
성과가 좋지 않은 롱숏 펀드의 경우 대부분 주가가 많이 빠진 화학 건설 조건 등 산업재 업종을 ‘공매도(숏·Short)’하고 소비재를 중심으로 ‘매수(롱·Long)’하는 전략을 펼쳤는데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서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형주 펀드는 상반기 많이 올랐던 화장품이나 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상당수 종목들이 8월 이후 급격한 조정을 겪으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주요 기업들의 배당 확대 정책과 맞물려 대형주 강세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계열사의 자사주 매입이나 포스코의 분기배당 도입 등 한국 기업들의 주주환원 기대감이 커지면서 극단적인 비중축소 상태였던 한국 주식에 대해 외국인들이 주목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저평가된 시장 가운데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 매수를 늘리면서 중소형주보다는 수출 증가로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대형주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연말에는 배당확대 정책 수혜까지 받을 수 있는 대형주펀드 투자가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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