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부동산 투자시장에서도 PB센터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해온 부동산 투자시장에 PB센터가 또 하나의 투자자로 자리잡으면서 거래 활성화에 대한 업계 기대감도 확대됐다. 과거 우량 부동산이 매물로 등장해도 자금모집에 실패해 거래가 무산된 사례가 많았지만, PB센터 큰손들이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면서 이런 사례도 줄어들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의 PB센터를 찾았다. 4300억원 규모 대형 오피스 빌딩에 자금을 댈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서다.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으로 정했는데도 강남 일대 PB센터를 중심으로 문의가 빗발쳤다. 매년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데다 되팔 때 매각 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이 거액자산가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하나금융투자가 장기임대 중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거액자산가들이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코람코자산신탁의 자금모집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음 주 자산운용사 3곳과 함께 500억~600억원 규모의 사모형 부동산펀드를 설정할 계획이다. 펀드 설정 후 자금이 집행되면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의 매매 작업은 완료된다.
해외부동산 투자에서도 PB센터가 참여해 거래를 성사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연초 제이알투자운용이 추진한 일본 도쿄의 스타게이트플라자, 지난해 말 에프지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이 진행한 미국 휴스턴의 벡텔 빌딩 등이 대표적이다. 구조화상품을 통해 각각 70억~80억원을 모집했으며 기대수익률은 연7% 수준이다.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PB센터 역할이 확대되는 가운데 하나은행은 연초 상속증여센터에서 담당해온 부동산파트를 떼어내 부동산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자 상품을 발굴하는 일을 맡았다. 2년 전에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신라스테이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PB고객들이 서울 주요 도시에 위치한 오피스 뿐 아니라 지방에 있는 백화점, 마트 등 리테일 부동산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투자 프로덕트솔루션실 관계자는 “주식은 투자위험이 높고 채권은 금리가 낮아 많은 자산가 고객들은 그동안 혼합형 상품을 선호했다”며 “하지만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이마저 수익이 나지 않자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산가들의 부동산 투자가 늘면서 부동산투자업계에서도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산운용사들이 기관투자가를 찾아가 자금을 모집해왔다. 하지만 자금 집행 절차가 긴데다 일부 대형 기관들이 투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거래가 무산된 사
부동산투자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로 수익성을 높이려는 개인투자자들과 자금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온 운용사들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게 됐다”면서 “PB센터를 중심으로 개인자금 유입이 늘면 국내 부동산 매매 시장도 한층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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