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Buy) 코리아’로 돌아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10월 코스피 순매수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연기됨에 따라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높아진 덕분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외국인은 1조170억원 어치의 주식을 유가증권 시장에서 사들였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 8조695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4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펼친 것과 대조된다.
특히 엔씨소프트(3444억원)와 네이버(2182억원)를 각각 2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삼성SDI(980억원) 기아차(830억원) 현대글로비스(721억원) KT(682억원) 삼성생명(611억원) 등도 600억원 이상 다들였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순매수 규모가 컸던 것은 지난 16일 이뤄진 넥슨 보유 지분 매각 영향이 컸다. 16일 하루동안 이뤄진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3758억원)의 대부분(3754억원)은 엔씨소프트에 대한 순매수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엔씨소프트-넥슨의 결별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넥슨의 지분 매각 우려감이 오버행(대량 매도 대기물량) 이슈로 작용한 탓에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오랫동안 억눌려 있었다”며 “이번 매각은 오버행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대해 매수세로 전환한 것은 미국 기준금리가 연내 인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어서다. 강세를 보이던 달러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자금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외국인 매수세는 국내 증시의 펀더멘탈보다 원달러 환율에 더욱 민감한 모습을 보여 왔다”며 “최근 원화 강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추가적인 매수세 유입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2012년 이후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주로 코스피 2000선 위에서 이뤄졌고, 지난 8월까지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했던 유럽계 자금이탈이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9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계 자금유출 둔화가 눈에 띈다. 영국의 경우 지난 6~8월 동안 월평균 1조73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는데 지난 달에는 순매도 규모가 98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최근 외국인 매수세 유입 업종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화학, 에너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하드웨어, 조선, 건설, 음식료, 운송, 반도체 순으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높았다. 음식료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민감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향후 코스피 상승을 가로막을만한 요인으로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꼽힌다.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서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펀드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8거래일 연속 순유출이 발생하면서 6244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10월 들어 외국인 순매수가 1조원 넘게 집중되고 있음에도 코스피는 4%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난 4월 중순에도 코스피가 2100을 넘어서자 펀드 환매가 봇물을 이루며 추가 상승을 가로막은 적이 있다. 2012년 이후 지수대별 주식형펀드 환매 현황을 보면 펀드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1950 밑에 있을 때 자금을 넣지만 그 이상 오르면 점차 환매에 나서기 시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증시 추가 상승의 키는 외국인의 매수세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와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사이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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