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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례신도시의 한 견본주택에서 분양을 받으려는 방문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보고 있다. [매경DB] |
전국적으로 청약 열풍이 거센 가운데 분양 시장 이면에 숨어 있는 투기 방어벽을 쌓는 단지가 등장하고 있다. 분양권을 되팔아 짧은 기간에 짭짤한 수익을 거두려는 투자자가 몰리면 당장 청약 경쟁률은 높게 나와도 이들이 빠져나갈 경우 2~3년 후 입주 시점에 미입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13일 부동산·건설업계에 따르면 분양했다 하면 1순위 청약통장이 10만여 개씩 모이는 대구와 부산 등에서 투기 수요 차단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 현대건설이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계약금을 최고 한도인 20%로 끌어올리고 중도금 60%를 유이자로 하는 등 계약조건을 까다롭게 뒀다. 청약 광풍이 몰아치는 대구에서는 계약금 비중을 높여도 중도금은 대부분 무이자다. 분양 관계자는 "대구 분양시장이 워낙 뜨거운데 수성구가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상황이라 과열이 염려돼 최대한 실수요자를 유치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지는 1순위에 12만2500여 명이 몰려 평균 청약경쟁률 622.1대1로 올해 전국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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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08년 당시 시장도 호황인 데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 건설사가 지금 못지않게 분양 물량을 쏟아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10년부터 입주 대란을 겪었다. 지금은 5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분양되고 있어 만에 하나 주택 시장이 고꾸라져도 혼란은 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방과 수도권 일부 주택 시장은 견본주택을 한 번도 둘러보지 않고 청약하는 묻지마 투자는 기본이고 위장전입한 '점프통장'이 난무하는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7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3만3177가구로 다시 3만가구대로 늘었다. 특히 대전, 부산, 경남, 울산 등 지방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지역은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공급이 꾸준해 향후 입주 물량도 많다. 내년 대구 입주 물량은 올해(1만3748가구)의 두 배에 육박하는 2만6780가구에 달한다. 부산은 내년에 올해보다 물량은 줄지만 여전히 1만1000여 가구가 입주 물량으로 풀린다.
반면 올해 전국 분양권 거래량(1~8월)은 24만98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만610건)보다 24.5% 늘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