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신흥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에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등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여건상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게 맞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대체로 신흥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 증시를 신흥국 증시로 포함하는 ETF에서는 한국에서 돈을 빼내는 역할을 했지만 선진국 증시로 포함하는 ETF에서는 반대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MSCI EM ETF(신흥국 투자)에서는 작년 9월부터 올해 9월 15일까지 순자산의 47% 규모인 139억달러가 유출됐다. 이 펀드의 한국 투자 비중(14.9%)에 따라 국내 영향을 따져보면 국내 증시에서 21억달러가 빠져나간 셈이다. 반면 한국 증시가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 FTSE 선진국 ETF에는 같은 기간 62억달러가 유입됐다. FTSE 선진국 ETF 내 한국 투자 비중에 따라 국내 영향을 추산하면 매수 규모는 2억2000만달러로 추산된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자금 이동 현상이 ETF 시장에서도 나타나면서 국내 주식 매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이후 진행된 외국인의 순매도 가운데 ETF 비중이 20%에 달했다.
국제적인 지수 산정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FTSE, S&P 다우존스 지수 등은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 등을 분류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나 벤치마크 지수를 두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FTSE, S&P 다우존스 지수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미국인 투자자들을 대변하는 MSCI는 한국을 신흥국으로 보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
1988년 MSCI 신흥시장 지수가 만들어진 이래 한국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선진국 지수 편입 검토 대상이었으나 6차례 모두 편입이 안 됐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