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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9월 24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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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신한금융투자와 대표주간 계약을 체결하고 15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 준비에 들어갔으나 기관투자자 수요 확보에 실패해 발행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4000억원 규모로 발행 예정인 현대해상 후순위채의 경우도 기관 수요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시장 우려가 높다.
보험사들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지급여력비율(RBC)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RBC는 보험사에 갑작스러운 손실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자기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로 보험사가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면 RBC가 높아진다.
건전성 유지를 위해 금융당국은 국내 보험사들에게 RBC 150%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으며 RBC가 100% 이하로 떨어지면 당국으로부터 적기 시정조치 지시를 받게 된다. 특히 2020년 IFRS4 2단계(PhaseⅡ) 도입시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국내 보험업계 RBC는 30~40%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보험사들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
그러나 2013년 대규모 발행 이후 최근 2년간 보험사 후순위채 발행은 거의 끊긴 상황이다. 후순위채를 발행해도 이를 인수할만한 투자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아무리 금리 조건이 좋다해도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를 인수할만한 투자자를 찾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 투자자 가운데 은행·증권사는 만기 3년 이상 채권에 투자하지 않는다.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고 단기 상품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보험사나 연기금이 후순위채를 인수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2013년부터 국내 보험사가 다른 보험사 후순위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다.
최근 메리츠화재도 RBC 개선을 위해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는데 투자자 모집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메리츠화재가 발행한 후순위채는 사학연금과 메리츠증권이 각각 500억원씩 인수했다. 메리츠증권은 인수한 후순위채를 연기금과 리테일로 판매했다.
현재 보험사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는 주간사들도 연기금이나 증권사 리테일 등을 통해 물량을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험사 후순위채 발행 규모는 수천억원 단위인데 국내 연기금이나 리테일로만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금융당국이 보험사 후순위채 투자를 허용해주지 않는 한 자금 조달은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