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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17일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을 백지화하는 대신 부실채권 관리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 기능을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 대신 유암코 기능을 확대하자는 은행권 입장을 수용해 내놓은 결과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유암코 대출약정을 기존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암코는 현재 총 1조원의 출자약정 가운데 4860억원의 출자를 완료한 상태다. 기존 구조조정 전문회사에 참여하기로 돼 있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유암코에 추가 출자하거나 증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단 캠코는 유암코와 부실채권 매각 기능이 중복돼 이번엔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는 지난 6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후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계획안을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지난 11일에는 공청회를 열어 은행이 1조원 출자, 대출 2조원을 받아 총 3조원을 투입해 올해 11월 출범시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겨우 일주일 후에 설립을 재검토한다고 급작스럽게 정책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금융위가 밝힌 공식적 이유는 출자자인 은행들이 반대해서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신설하는 대신 유암코에 기업구조조정 기능을 넣어 확대 개편하자는 내용의 건의사항을 금융위에 공식적으로 제출했다.
유재훈 금융위원회 구조조정지원팀장은 "유암코는 흑자를 내고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훨씬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며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는 것보다 기존 조직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유암코를 확대 개편하는 안이 추진되면 당초 계획보다 한 달가량 이른 11월 초께 제1호 구조조정 기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애당초 금융위가 은행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설립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애초에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자체가 은행들이 금융위 눈치를 보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자체가 현실성이 없었다"며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PEF에 위탁 운영을 맡기겠다는 식인데 책임감 없는 경영으로 인해 부실회사 구조조정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이 애당초 금융위 아이디어가 아니라 국책은행 부담을 줄이려는 기획재정부 주장으로 무리하게 추진되다가 무산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초기 아이디어가 금융위가 아니라 기재부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부실기업 부양으로 인한 국책은행 부담이 커지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인데 금융권 반발로 무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대안으로 갑자기 유암코가 등장한 것도 의외다. 유암코는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으로 2019년까지 한시적으로 존속되고 있는 회사다. 매각하려던 회사를 갑자기 확대 개편하기로 180도 급선회한 것이다. 매각 철회가 확실시되면서 유암코 매각에 참여한 국내외 사모펀드, BNK금융지주 등 인수 후보도 헛물만 켜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애당초 은행들이 유암코 지분을 매각
[정지성 기자 / 배미정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