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분석 / 회사채 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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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른 엔젤이란 채권시장에서 신용등급 하락으로 회사채 발행이 힘들어진 기업들을 일컫는 용어다. 해외에서는 BBB- 이상 투자 등급에서 BB+ 이하 투기 등급으로 떨어진 기업을 뜻하지만 투기 등급 회사채 발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국내 시장에서는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하락한 기업들을 의미한다.
현재 채권시장에서 대표적인 폴른 엔젤은 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 동국제강 등이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AA-로 우량등급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은 1년 만에 5계단 하락해 BBB에 머물고 있다. 대한항공 신용등급은 지난달 A-에서 BBB+로 떨어졌다. 동국제강은 지난 4월 A-에서 BBB+로 신용등급이 하락했는데 지난 17일 다시 BBB-로 두 등급 떨어졌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다음달 23일 3년 전 발행한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대한항공도 향후 6개월 내 각각 3000억원과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 가운데 총 1조3773억원이 6개월 내 만기가 돌아온다.
김형호 채권투자자문 대표는 "이들 기업은 하반기 회사채 만기에 영업실적 악화 문제까지 겹쳐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신용등급 하락 충격이 있는 데다 향후 업황이나 실적 전망의 불확실성도 커 회사채 신규 발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 투자심리 악화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어닝 쇼크와 한일월드 사태에 따른 BNK캐피탈 부실화 영향으로 투자자들의 패턴이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BBB 등급은커녕 A 등급 회사채 발행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주 A- 등급 한진이 8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 예측을 실시했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전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폴른 엔젤들이 CB나 BW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경색으로 신용등급을 막론하고 회사채 투자 수요가 제대로 모이지 않는 실정이지만 주가 상승 등으로 추가 차익을 노릴 수 있는 CB, BW에는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달 10일 1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현대상선 BW 공모 청약에는 4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투자자가 현대상선 BW를 매수하면 만기인 2019년 9월 10일까지 연 7% 이내 이자를 주는 채권과 신주를 주당 5000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를 받게 된다. BW 발행 당시 주가는 7000원대 초반으로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보다 2000원 이상 높았다.
15일 발행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CB에도 500억원 발행에 2조5854억원 청약이 들어왔다. CB는 일반 회사채처럼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 기간 내 발행 기업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올 연말 면세점 영업 개시로 주가가 급등하면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 수요가 몰렸다.
CB, BW 발행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유상증자 출자전환 등 자본 확충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1년 만기 기업어음(CP) 금리가 18%까지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대우조선해양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대부분의 출자전환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