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최근 3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부실을 숨기기 위한 분식 회계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국정감사(이하 국감) 현장에 대표가 두 번이나 불려나갈 처지가 됐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는 오는 21일 정무위원회 국감과 다음달 6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대표 중 위원회 두 곳의 국감에 모두 다 참석하는 것은 정 대표가 유일하며 조선업계에서도 처음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에 따라 정 대표의 국감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가운데 분식회계 가능성이 제기돼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워낙 안 좋다보니 이례적으로 대표가 두 곳의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며 “하지만 수백억원이 아닌 수조원의 손실을 어떻게 고의로 감출 수 있겠느냐”며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업손실의 대부분을 야기한 해양플랜트의 수주 시기가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보다 늦어 회계상 손실을 인식한 시기가 뒤늦었던 것일 뿐”이라며 “영업손실을 인식한 시점에 회계에 반영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따랐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열린 정무위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산업은행에 의뢰해 분식회계 적발감시 전산 시스템인 ‘재무이상치 분석 전산 시스템’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를 점검한 결과 분식회계 가능성이 가장 큰 등급인 5등급이 산출됐다며 분식회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미 해양플랜트 악재로 올해 2분기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은 부실 경영 논란에 최근 주가 폭락의 위기를 겪었다. 해외 발주사들 사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큰 상황에서 분식회계 여부마저 사실로 밝혀지면 기업에 대한 신인도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금융투자업계에선 벌써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현재 신용등급은 BBB이며 등급전망은 하향검토다
한신평은 조선 ‘빅3’가 인도기준으로 20조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보유 중인 해양플랜트 부문의 변동성으로 인해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용선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투기성 발주 성격의 프로젝트에 대해 우려가 크다.
홍석준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으로 영업부문의 잉여현금 창출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은행권의 차입금 만기 연장과 일부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해도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사채와 기업어음(CP) 상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산업은행 차입금은 6월 말 현재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3000억원의 공모사채와 1150억원의 CP 상환이 예정된 데다 내년에는 7000억원 규모의 CP 만기가 돌아온다.
홍 수석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이 현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추가 부실 발생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자본 확충과 현금 유입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자본 확충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면 상당 폭의 추가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유동성 보강이 제 때 이뤄지지 않거나 분식회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신용등급 강등은 물론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 작업 역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산업은행이 거느리고 있는 비금융 자회사 중 구조조정이나 창업 지원
홍 수석애널리스트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재무실사 후 대규모 손실이 인식돼 유동성 위기가 커질 경우 경영 정상화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며 “분식회계 가능성 역시 대외 신인도 평가에는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