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의 유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무관심형, 출퇴근형, 현장감독형, 무조건형, 질문형 등이 있다.
계약 이후 준공 때까지 현장도 와보지 않고 믿고 맡기는 무관심형, 매일 출퇴근도장 찍듯 아침이나 저녁 중 일에 방해 받지 않게 보고 가는 출퇴근형, 공사하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지적하는 현장감독형, 자신과 맺은 계약대로 무조건 맞춰달라고 하는 무조건형,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끊임없이 물어보는 질문형이 있고, 건축설계를 의뢰하기도 전에 자신의 집에 대한 생각을 다 정리한 치밀형, 건물을 설계할 때 생각을 수십 번을 수정하는 번뇌형, 건물이 지어지는 중에 수많은 자료수집을 통해 공사를 수정시키는 탐구형, 준공 후 생기는 하자를 세세하게 지적하는 사후협상형 등이 있다.
이렇게 굳이 나눈 것은 현장감독형이자 무조건형이면서 치밀형인 경기도의 어느 현장 사례가 주는 교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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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무난하게 잘 진행될 것만 같았는데, 현장에 나가 있던 건축주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장소장이 철근량을 속이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계략적으로나마 물량을 산정해서 알려 드렸다.
여러차례 마찰이 생겨서 첫 현장소장은 교체되었지만 다음 현장소장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시작된 현장은 3년이 되어서야 준공할 수 있었다. 준공 즈음에는 건축주가 직접 정화조 준공필증을 받으러 다니기까지 했다.
현장을 지휘해야할 현장소장이 지금까지 지내온 경험으로 현장을 운영하다보니 꼼꼼한 건축주를 만나면 어쩔 줄 몰라하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된다. 현장소장이 잘 모르는 것도 있지만 앞뒤 정확한 것을 요구하는 건축주와의 마찰로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나 6개월을 예정하고 착공한 건물이 3년이나 걸리고 보면 건축주에게도 손해는 마찬가지인 노릇이다.
모든 것을 고려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총집합해서 건물 하나를 완공하게 되는 대규모공사 또는 관급공사를 하는 현장소장과 달리 급하게 선택된 현장소장이 공사를 잘 지휘하는
건축주들도 이같은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눈을 속이는 것을 보고만 있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장소장의 관행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본과 심적 여유가 뒷받침된다면 이처럼 건축주가 속을 끓이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라임건축 김법구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