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기사는 9월 9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그간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마다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던 산업은행의 역할 축소론이 제기되면서 회사채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비우량 채권 시장을 지키던 '마지막 안전판'이 사라지면서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산업은행 기능 관련 앞으로 회사채 인수가 인수합병(M&A)를 통한 수수료 수익 창출을 자제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동산 개발이 아닌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나 해외 PF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비우량 기업 구제에 있어 산업은행 역할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건설·조선·항공 등 업황과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시 자금을 공급하고 비우량 회사채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실제 지난 달 실시된 대한항공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유일하게 매수 주문을 낸 기관은 산업은행이었다. 당시 회사채 발행예정액 2000억원 가운데 500억원은 산업은행이 가져가고 나머지 1500억원은 미매각됐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주 채무계열로 선정된 대기업 그룹군 가운데 산업은행이 주 채권은행 역할을 하고 있는 그룹사는 한진·대우조선해양·금호아시아나 등 14개사다. 14개 그룹사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 회사채 매입 등 채무 지원 총액은 약 45조원에 달한다. 주 채무계열 대기업 그룹군 전체 채무액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채무 지원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숫자 그대로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회생에 대한 산업은행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자금 조달을 원할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역할 축소로 비우량 채권에 대한 투자수요 위축, 조달 금리 상승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정대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향후 1~2개월 간 회사채 차환 물량이 몰려있는 기업들의 자금 사정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가 강조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