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신과 연기금은 8월 한 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조1018억원과 1조1052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단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팔아치우면서 합계 4조원 이상 순매도 공세를 펼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투신은 2997억원, 연기금은 1127억원을 사들이면서 2000억원가량을 팔아치운 외국인에 맞섰다. 실적 등 기업 펀더멘털보다는 중국 증시 폭락,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금 이탈 우려 등 공포감에 사로잡힌 시장의 과도한 조정을 이 기관투자가들이 막아낸 셈이다.
그렇다면 투신과 연기금이 시장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사들인 종목은 무엇이었을까. 유가증권시장에서 투신은 기아차 아모레퍼시픽 CJ 현대글로비스 현대차 한미약품 한샘 LG생활건강등을 연기금은 현대차 기아차 LG생활건강 SK텔레콤 삼성전자 아모레G 한미약품 등을 많이 사들였다. 공통적으로 자동차와 화장품 관련주가 눈에 띈다.
자동차의 경우 저평가 매력에다 원화 환율 약세, 개별소비세 인하 등 호재가 겹치면서 투신과 연기금의 대형주 쇼핑 리스트 1순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가치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부사장)는 "자동차의 경우 현재 가격 수준이 지나치게 싸다"고 설명했다. 아모레의 경우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8월 중반 17만원 이하로 떨어지자 투신과 연기금이 동시에 저가 매집에 나서는 모양새였다. 중국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업종 대장주로서 추가 성장성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믿음이 두터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스닥에서는 투신은 산성앨엔에스 다음카카오 와이지엔터 컴투스 메디톡스 녹십자셀 오스템임플란트 등 헬스케어·온라인쇼핑·게임 관련주를 주로 매수했다. 연기금은 에스엠 셀트리온 코오롱생명과학 인트론바이오 등 바이오와 엔터주를 많이 사들였다.
특히 엔터 업종에서는 에스엠, 온라인쇼핑에서는 CJ오쇼핑과 인터파크홀딩스, 헬스케어 업종에서는 메디톡스가 공통적으로 투신과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산성앨엔에스 컴투스 제이콘텐트리 에머슨퍼시픽 등 종목은 투신과 연기금의 매수·매도 행보가 엇갈렸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 운용자산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과거 미국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크게 증가한 만큼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신과 연기금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8월 한 달 동안 반도체 및 소비주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선 삼성전자(-8130억원) SK하이닉스(-5264억원) 아모레G(-1031억원) LG생활건강(-1028억원), 코스닥 시장에선 셀트리온(-718억원) CJ오쇼핑(-380억원) 바이로메드(-297억원) 등 시총 상위 종목을 주로 팔아치웠다. 다만 외국인은 CJ E&M 에스엠 와이지엔터 로엔 등 엔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디어 관련 종목은 내수 기반이 탄탄하면서 해외 시장 성장성이 양호한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며 "3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과 기관 모두 저가 매수에 나선 듯하다"고 분석했다.
[최재원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