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수요예측 청약률은 41.5%로 지난 7월 97.4%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주 대한항공은 회사채 2000억원 모집에 주문 500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주문을 낸 기관도 산업은행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우량한 만도는 수요예측이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경향이 강해지며 2000억원 모집에 100억원이 미달됐다. GS EPS 동원산업 한국투자캐피탈 등 신용등급이 AA로 높은 기업들조차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신용등급이 A인 회사채는 수요예측 청약률이 지난 7월 139.1%에서 8월 25.0%로 급락했다. 예년에 비해 같은 기간 더 많은 수요예측이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비수기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8월 한 달간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순매수 규모는 전월에 비해 79.8%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분기 3조원대 영업손실을 발표한 이후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와 경기민감 업종 회피 심리가 나타나면서 수요예측 참여율이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조선사 어닝 쇼크에 놀란 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이 리스크가 매우 낮은 안전자산 투자에만 국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위험 투자를 기피하고 회사채 수요예측 청약률이 하락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현재 업황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들이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달 추석연휴 전까지 기업들의 대거 발행이 계획돼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보수적 경향이 강화되면서 수요예측 결과 변수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9월에는 서흥 한진 동원엔터프라이즈 태광실업 이랜드리테일 등 A등급 기업과 BBB등급인 두산건설이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대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와 성장 둔화 우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최근 실적 악화를 경험한 기업들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이나 자체 상환에 실패해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난달 한국은행이 1조원 규모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