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민간금융위원회 위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안수현 한국외대 교수, 김창수 연세대 교수, 홍순영 한성대 교수, 주재성 우리금융연구소 대표, 조장옥 민금위 위원장, 이인실 서강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 김명수 매일경제 금융부장. [이승환 기자] |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한국은행의 무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26일 존재감을 잃어버린 한국은행의 '변신'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조장옥 서강대 교수)를 열었다.
한은의 역할이 기준금리 조정을 통한 인플레이션 방지(물가 안정)에만 묶여 있어 현재와 같은 저성장·저물가 기조하에서는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다는 것이 민간금융위원회 위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민간금융위원회 위원들은 한은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같이 경기 부양과 노동시장 구조 개선 등으로 정책 목표를 확대하고 취약 부문에 대한 신용 공급 등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최근 취업률이 올랐지만 저임금·비정규직 취업이 늘어난 결과로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경기 부양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한은이 통화정책 목표를 물가 안정에 둘 게 아니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옥 위원장도 "재정정책 효과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면서 금융통화정책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한은에 정책 목표와 정책 수단을 포괄적으로 부여해 한은이 재량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은이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란 명시적인 두 정책 목표에만 치중한 결과 고용창출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회사채 매입까지 나선 미국 연준처럼 적극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은의 수동적인 조직 문화도 도마에 올랐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한은만 유독 그 기회를 얻어내지 못했다"며 "필요하면 법 개정을 적극 유도해 한은이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특히 "한은은 과거 관료에 치이다 보니 조직문화가 굉장히 수동적이고 자기주장이 적다"며 "독립성 행사를 주저하는 경향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금융위원회 위원들은 한은이 최근 수차례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그 시점을 놓치면서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한 한은이 과감한 정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순영 한성대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가 반드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현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한국은 가계부채 문제를 항상 중앙은행의
민간금융위원회는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2007년 6월 말 출범한 단체로 주로 경제학 경영학 법학 등을 전공한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