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대상 기업의 미공개 실적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긴 국내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들이 금융당국에서 처음 징계를 받았다.
26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같은 혐의로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8명과 삼정회계법인 회계사 1명을 검찰 고발 또는 검찰 통보 조치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이 조사한 이번 사건은 자조단이 압수수색 권한을 처음 행사해 적발한 사건이다.
금융당국이 감사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얻은 회계사를 처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자조단에 따르면 이들 회계사 9명은 2014년 10월~2015년 4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감사 대상 등 본인들이 감사하는 18개 기업 미공개 실적 정보를 공유해 관련 주식과 주식 선물을 매수·매도하며 약 8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었다.
자조단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 회계사인 A씨는 자신이 감사를 맡은 상장법인의 공시 전 실적 정보를 주식과 주식 선물 거래에 이용했고 회사 동료 회계사 6명에게도 그들이 감사하고 있는 기업의 실적을 알려달라고 해 얻은 정보를 주식거래 등에 활용했다.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B씨와 삼정회계법인 회계사 C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맡은 회사 실적 정보를 빼돌려 불공정 거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초반 비슷한 또래로 평소 서로 알고 지내던 A씨와 B씨, C씨 등은 모바일 메신저에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각자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자조단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들 휴대폰에 기록된 대화 내용을 보고 관련 사실을 알아냈다. 자조단은 부당 이득 금액이 많은 3명은 검찰 고발하고 나머지 6명은 검찰 통보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회계법인의 주식거래 관리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해 26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상장회사를 감사하는 97개 회계법인(소속 회계사 8653명)에 자체적으로 소속 회계사의 주식투자 현황을 전면 점검해 금감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보고 내용은 회계법인의 주식투자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운영 현황, 자체 점검 결과, 개선 방안 등이다.
금융위는 회계법인 소속 모든 임직원의 감사 대상 회사 주식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분기당 1회 이상 주식거래 내역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게 했다. 현재는 매니저급 이상 임원만 자신들이 참여하는 감사 대상 회사 주식거래가 금지
이 밖에 회계법인은 사업보고서에 '주식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운영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2017년 공인회계사 2차 시험부터 '회계감사' 과목에서 직업윤리 관련 문제를 출제할 예정이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