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기사는 08월 17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국민연금은 최근 롯데사태를 겪으며 경영권 분쟁중인 신동주-신동빈 형제 못지 않게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가 국민연금이 롯데사태에 개입할 것을 주장한 이후 정치권에서도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역할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새누리당은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국회로 불러 보고를 들었을 정도다. 이후 비록 여당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주장을 거둬들였지만 여전히 야권에서는 해외 연기금들을 비교하며 국민연금의 능동적 행위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현 롯데사태에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특정 입장을 취할 경우 사실상 '경영 참여'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그런데 현 자본시장법 하에서 국민연금이 경영에 개입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보유 주식이 5%를 넘을 때 5일 이내에 보유 목적과 상황을 공시해야 하는 '5%룰'을 적용받게 되고, 또 6개월 이내 단기 매매 차익을 투자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5%룰을 적용받을 경우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측도 이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즉 정치권은 국민연금의 주주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자본시장법 관련 규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또 공개행보를 할 수 없는 국민연금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아무것도 안한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실제 어느 정도까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적극적 주주권을 주장하는 측은 해외 연기금을 근거로 우리 국민연금의 역할 재정립을 주장한다. 실제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캐나다의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소극적주주권인 의결권 행사 뿐만 아니라 능동적주주권인 주주관여, 주주제안, 주주소송 등도 행사하고 있다. 또 CalPERS와 CPPIB는 투자자연대, 입법운동까지 수행하고 있다. 특히 CalPERS의 경우 중점감시목록(FocusList)을 성하여 기업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을 선정하고 개입해 수익률 제고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공적연금기금(GPIF)는 주주의 장기이익을 위한 의결권만 행사하고 있을 뿐 능동적 주주권은 행사하고 있지 않다. 다만 GPIF는 의결권 행사를 상당부분 외부자산운용사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국민연금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 연기금의 의결권ㆍ주주권행사는 상대적으로 자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낮고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높은 연기금은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CalPERS 및 CPPIB는 자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이하고, 민간위원 중심으로 기금운용이 이뤄진다. 반면 GPIF는 자국내 주식시장에서차지하는 비중이 5% 수준이다. 즉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어떤 한가지 방향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현재 국회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률안(김재원의원안, 이상직의원안)이 제출돼 있다. 하지만 연기금의 역할에 대해 경영자, 시민단체, 정치권 등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입장을 내고 있어 남은 19대 국회에서 합의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