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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08월 17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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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팜한농이 올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보이며 매각이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매각측인 재무적투자자(FI)들은 동부팜한농 지분 100%에 대해 7000억원 이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매각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높은 차입금은 높은 신용도를 가진 SI가 인수하면 해결될 수 있지만, 동부팜한농이 영위하는 사업군에서 농민 측의 입김이 강해 제품 가격협상력이 떨어지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부팜한농 매각자인 동부그룹과 팜한농 FI,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산업은행 M&A실 등은 잠재투자자 대상 NDA 접수를 마무리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LG화학을 비롯해 CJ·롯데·사조그룹 등 대형 SI들이 일제히 사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케미칼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화그룹도 NDA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자 측은 거래 대상인 동부팜한농 지분 100% 기준 에퀴티 밸류로 7000억 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올 초 오릭스PE는 동부그룹과 프라이빗 딜을 진행해 7000억원 정도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H&Q 코리아는 6000억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둘 모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다. 한 IB 관계자는 "오릭스나 H&Q 코리아가 내놓은 가격에 파는 게 맞았다"며 "FI 입장에서 7000억원 정도면 원금을 건질 수 있는 수준이니 그 이상을 욕심냈는데 잘 하면 원금도 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 일각에서 동부팜한농의 가치가 과대 평가됐다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높은 차입금 규모와 동부팜한농의 사업 분야가 농민 우위 시장이라는 점이 꼽힌다. 이 중 높은 차입금 규모는 어느 SI가 인수할 지에 따라 해결 가능한 문제지만 농민들과의 관계에서 기업이 '을'일수 밖에 없는 문제는 계속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높은 차입금 규모는 누가 인수하냐에 따라 큰 문제 안 될수도
상반기 실적은 다소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동부팜한농은 올해 상반기 매출 4682억원, 영업이익 7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 영업이익은 87% 증가한 수치다. 실적 호전에 힘입어 재무 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3월말 현재 순차입금은 5945억원에 달한다. 동부팜청과 지분 매각과 화공사업부 매각 등으로 차입금 규모가 준 점을 고려해도 순차입금은 4000억원대 수준이다. 유휴부지와 화공사업, 동부팜가야 등의 자산 매각에 이어 지난 6월에는 울산공장 유휴부지를 활용한 자산담보부대출(ABL)로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총 36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지만, 이것을 고려해도 차입금 규모는 큰 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동부팜한농의 차입금이 다소 크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관건"이라며 "신용등급이 높은 곳에서 인수한다면 이 문제는 어느정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높은 인수후보라면 인수 후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금융비용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LG화학 등 대기업들이 인수 의향을 비친 만큼 재무적인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소불위의 농민, 신규사업마다 발목 잡힐 수도
동부팜한농의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농약사업에서 나온다. 190여종의 농약을 생산·공급하고 있고 구미 공장 생산 능력은 국내 최대다. 지난해말 기준 시장 점유율은 25.6%였다. 20여개 품목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비료부분 국내 시장 점유율은 16.6% 수준이다. 과점 업체라면 마땅히 가격의 주도권을 쥘 수 있지만 정부로부터 보호받고, 응집력이 강한 농민들에게는 사실상 '을'이나 다름없는 신세다.
이미 동부팜한농은 농민들로부터 '쓴 맛'을 봤다. 자회사인 동부팜화옹이 토마토 유리온실 사업을 시작하자 불매운동을 벌여 사업을 저지시킨 전례가 있다. 2013년 농민단체는 대기업의 영농사업 진출로 영세 농민들의 판로가 막힌다는 이유로 동부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해 동부팜화옹은 400여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지역 단위 농협부터 지역구 국회위원 등까지 압박해 오자 동부 측으로써는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동부 측에서 사업을 철수해야할 법적·경제적 문제는 전혀 없었으나 압력에 못이겨 화옹 유리온실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경기도 화옹간척지에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 유리온실은 방치된 채로 남아있다.
오릭스의 발목을 잡은 '종자주권 침해' 이슈도 농민들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전후로 토종 종자회사들이 줄줄이 외국 기업에 팔려나간 상황에서 국내 수위권 업체까지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여론이 거세지자 오릭스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이 분야는 바이어가 농민들이기 때문에 회사에게 가격 협상력이 없다"며 "그렇다고 동부팜한농의 기술이 엄청 뛰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7000억원 이상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