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와 중국발(發) 위안화 쇼크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가운데 상장사 경영진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책임경영 의지를 피력하는 한편 주가 부양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외 불확실성 속 얼어붙은 투심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대했던 주가 상승은 일부 상장사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사주 매입 소식에도 불구하고 업황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에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기도 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몽진 KCC(케이씨씨) 회장은 이날 자사주 4983주를 주당 40만1270원에 장내매수했다. 이로써 정 회장의 보유주식은 187만3401주로 늘었다. 같은 날 정 회장의 장녀인 정재림씨와 장남인 정명선씨도 각각 2740주와 49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오너 일가의 자사주 매입 효과에 KCC는 이날 ‘반짝’ 상승했다. 지난 10일 15% 넘게 빠진 뒤 사흘 연속 내리막길을 걷던 주가는 이날 3% 넘게 올랐다. 49억원에 달하는 순매수가 유입된 덕으로 보인다.
조석래 효성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도 이달 들어 두 차례 자사주 매입 공시를 냈다. 조 사장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6일까지 총 8만1505주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조 부사장 역시 8만1773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의 지분율은 지난 6일 기준 각각 11.40%(400만4338주)와 10.97%(385만2061주)로 집계됐다.
효성은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의 자사주 매입 소식에 4일부터 사흘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고, 소폭 조정에 들었다가 이날에도 이틀 연속 올랐다.
특히 효성의 경우 올 들어 이미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주식을 매입하고 있어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여건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들에게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알리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면서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안정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지부진한 약세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업황 부진과 실적 우려, 대외 불확실성이 맞물린 탓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의 경우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에도 별다른 ‘약발’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실적발표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최길선 회장이 2000주, 권오갑 사장이 1974주를 사들이는 등 주요 임원진들이 일제히 자사주를 매입했다. 전날까지 비등기임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주가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은 편이다. 주가는 지난달 말 10만원 선이 깨진 후 9만4000원대를 맴돌고 있다.
자사주 매입 효과가 조선·해운업계의 업황 부진을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국내증권사들이 목표가를 잇따라 내린 것도 투심을 위축시켰다.
SK하이닉스 역시 오는 10월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8591어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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