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고령연금’은 55세에 가입해 80세부터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한국인 기대수명이 81.4세(통계청 기준)인데 80세부터 연금을 받는 상품이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때문이다. 은퇴를 앞둔 시점(55세)에 연금 가입 여력이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금융위에 따르면 55세 전후 한 번에 목돈을 넣거나 적립금을 쌓아 80세부터 사망 시까지 연금을 받는 신고령연금 개발이 추진된다.
신고령연금은 55세에 일시납으로 2000만원을 내면 80세부터 43만6000원을, 85세부터 연금을 받으면 75만3000원을 매월 수령할 수 있는 상품으로 기존 즉시연금 대비 보험료 부담이 적은 게 특징이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예상보다 오래 사는 장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노후 소득보장 상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상품 개발 취지를 설명하면서 “현행 즉시연금(일시납)은 1억900만원을 한꺼번에 납입해야 80세부터 매월 43만6000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데 반해 신고령연금은 보험료가 상당히 낮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고령연금을 남발되는 정책성 상품의 하나로 보고 있다. 현실을 고려할 때 기대수명이 81.4세인데 80세부터 연금을 받는 상품이 과연 실효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1.4세로, 남성의 평균수명은 78.5세, 여성은 85.1세로 80세부터 연금을 받게 한다는 발상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과거 정책성 상품이 그러했듯이 실패한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저탄소 녹색성장정책의 일환으로 보험사를 독려해 2009년 자전거보험 상품을 개발했지만 보험사기 등에 취약하고 손해율이 높아 몇몇 보험사는 판매를 중단했다. 또 상해보험과 보장이 겹쳐 수요 측면에서 현재까지 부진을 겪고 있다.
정책성 상품의 하나인 녹색자동차보험(연간 주행거리가 보험 가입 전 주행거리보다 일정 거리 이상 줄었을 때 환경보호지원금 지급)은 도입 초기 반짝했으나 역시 실효성 문제로 지금은 잊혀진 상품이 됐다.
신고령연금을 받으려면 55세 전후 보험료를 일시납하거나 적립식으로 쌓아야 하는데 이 시기가 은퇴 시점인 만큼 경제적으로 상품 가입 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준비가 워낙 미흡하다보니 이제라도 준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상품 개발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소득이 끊기는 은퇴 시점에 큰 금액을 불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55세 전후면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시점인데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이같은 논란에도 금융위는 신고령연금 개발을 하반기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우선 추진 과제에 밀려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못했지만 하반기에는 상품(신고령연금) 개발과 관련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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