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한도가 40%에서 70%로 확대되면서 주식형·혼합형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확정수익 상품이나 채권투자로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퇴직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1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7일까지 퇴직연금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2조39억원으로 연간 유입 금액 2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퇴직연금펀드에 지난해(1조5267억원) 대비 2배가 넘는 자금(3조5000억원)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말정산부터 퇴직연금 추가 납입금 300만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생기면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퇴직연금(IRP) 계좌를 통해 불입하는 금액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또 예·적금과 보험 등 안전자산 수익률이 의미를 잃으면서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108조원에 이르는 국내 퇴직연금 중 92.1%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는 상태다.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 적립금은 7조1712억원(6.7%)으로 10%도 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예금으로 연간 1% 수익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서 투자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감지되고 있다.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주식투자 상품 비중을 조금씩 확대하는 것.
최근 한 달간 주식형·주식혼합형 퇴직연금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537억원으로 상반기 전체 순유입 규모(200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여전히 절대적인 설정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주식형 상품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자금이 많이 들어온 펀드를 분석해보면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7개는 자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혼합형 펀드로 나타났다.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업종일등펀드'는 한 달간 172억원이 들어와 주식형 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지난달 초 운용잔액보다 많은 돈이 한 달 새 유입된 것. 이 펀드는 올해 들어 수익률 20.87%를 기록하면서 운용 성과에서도 우수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주식형·혼합형 펀드가 빠르게 몸집을 불리면
[석민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