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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책금융기관의 조선업 관련 익스포저는 총 63조6000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책금융기관의 조선업 익스포저는 최근 수년간 57조~59조원 수준을 유지하다 조선업 불황으로 시중은행의 선박금융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말 62조원을 넘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조선사들을 외면하면서 국책은행들이 어쩔 수 없이 총대를 멘 상황"이라며 "조선업 부실이 심화돼 워크아웃 등이 발생할 경우 산은·수은 등 국책금융기관의 손실액이 급증하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재정 건전성은 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 등 부실 조선사 구조조정 여파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에 대한 출자전환을 실시하면서 1조원 규모 손실이 발생해 BIS비율이 올해 3월 말 기준 10.38%까지 떨어졌다.
국책금융기관 중에서도 특히 수출입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수출입은행의 익스포저는 총 33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무보 20조8000억원, 산은 9조1000억원 순이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3대 조선사에 대한 수은의 익스포저는 모두 23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종에 대한 올해 신규 금융지원 목표액도 수출입은행 17조1000억원, 무역보험공사 5조1000억원, 산업은행 8000억원 등 총 23조원에 달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로 인해 지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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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책금융기관의 경우 금감원에서 금융건전성 감독을 하긴 하지만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리스크 관리뿐만 아니라 국책금융기관이 지원하는 산업 분야를 조선·건설 등에 한정하지 말고 다양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책금융기관의 조선업 관련 익스포저 중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선수금환급보증(RG)이다. RG는 선수금을 받은 조선사가 배를 완성하지 못할 경우 금융사가 대신 선주에게 선수금을 물어주는 형태의 지급보증 계약서다. 시중은행들이 조선업 불황 여파로 선박금융을 외면하면서 국책금융기관들이 RG 발급을 도맡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책은행의 RG(선박 기준) 점유율은 2013년 47.59%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74.60%까지 급증했다.
RG 발급 과정에서 국책금융기관의 방만한 위험관리가 조선업 부실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책금융기관들은 조선 3사의 선박 건조 능력을 신뢰해 수주를 따내기만 하면 위험을 평가하지 않고 무조건 RG를 발급해왔다. 그러나 최근 조선업 불황과 해양플랜트 위주의 사업구조 재편에 따라 조선업종 금융부실 위험이 높아지면서 RG 발급에도 신중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해외 선주들은 국내 조선사들에 '헤비 테일(Heavy Tail)' 계약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헤비 테일이란 적은 비율의 선수금만 우선 지급하고 완성된 배를 받는 시점에 나머지 잔금 대부분을 지급하는 계약 형태로 조선사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최근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해양플랜트 사업 역시 조선업 금융부실 위험도를 높이는 요소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계약 금액 내에서 모든 공정을 조선사가 책임지고 완료하는 '턴키계약'으로 이뤄진다.
해양플랜트는 선박 건조와 달리 국내 조선사들의 설계기술이 부족해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에 전적으로 설계를 의존하고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책금융기관들이 개별 수주건에 대해 리스크 관리·감독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해외 선주들이 조선사들과 수주계약을 할 때 주로 국책은행들에 RG를 받아오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익스포저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향후 RG 발급 시 선수금 지급 비율을 40% 이상으로 제한하는 등 다양한 전제조건을 마련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