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 M&A 본격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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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부터 현대증권 인수 후보인 일본계 사모펀드(PEF) 오릭스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고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거래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심사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릭스는 지난 6월 현대증권 최대주주인 현대상선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주체는 오릭스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인 버팔로파이낸스로, 현대증권 주식 5338만410주(22.56%)와 경영권을 6512억원에 인수했다.
버팔로파이낸스는 오릭스금융섹터 PEF가 3800억원,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500억원을 투자했고, 현대상선도 800억원 넘게 투입했다. 나머지 15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이 중 오릭스PEF에는 한국투자증권·하나대투증권 등이 1300억원, 현대상선이 1200억원을 투자했고 오릭스 본사는 1300억원을 넣었다.
결국 매각자인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인수에 총 2000억원을 투자하는 반면 인수자인 오릭스 자금은 1300억원에 그치는 기형적인 인수·합병(M&A) 구조가 나온 것이다.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향후 되사오기 위해 잠시 현대증권 지분을 오릭스에 맡겨 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계약 내용 중 4년 뒤 매각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 권리도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형적인 M&A 구조와 함께 오릭스를 실질적인 인수자로 봐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외국계 PEF가 1300억원만 갖고 5배나 되는 금융사 지분 인수를 승인했다가는 다음에 나올 매물인 대우증권·우리은행 매각 때도 비슷한 시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법규상으로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승인을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릭스가 실제 인수하는 것이 맞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릭스 요구로 현대증권 주주총회가 8월 31일 열려 경영진이 교체될 예정이라는 것도 금융당국으로선 부담이다. 시장에서는 주총 전까지 금융당국 승인이 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금융당국이 매매계약을 수정해 오릭스가 좀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릭스 관계자는 "8월 주총 안건에 이사 선임의 건이 있는 것은 맞지만 실제 경영진 교체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온 후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대주주 적격 심사 기간은 60일 이상이며 자료 요청·접수 시간은 별도로 계산되기 때문에 금감원 심사는 일러야 9월 중순에야 끝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심사 이후 금융위원회 결정을 거쳐야 하기 때
대우증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시장에 2개 매물이 동시에 나와서는 흥행이 안 된다는 생각에 현대증권 매각이 완료된 뒤 대우증권 매각에 착수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증권 대주주 심사 승인이 대우증권 매각 시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