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가까스로 확정된 가운데 다른 국가들의 경영권 방어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자본은 적극적으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경영 방침에 합리적으로 참여하기도 하지만 투기적 자본이 침투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한 해외 국가들은 포이즌필(poison pill) 같은 다양한 경영권 보호 수단을 마련해 공격과 방어 모두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법제를 마련했다.
◆ 미국, 포이즌필 제도 활발…1982년 도입
신주인수권선택제도(포이즌필)은 1982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수단이다.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공격자보다 쉽게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회사 내부규칙(정관)에 숨겨진 독약 같은 주식발행권을 끼워넣는다는 의미에서 ’포이즌 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중 3분의 2가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할 정도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외 일본과 프랑스에서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이즌필을 인정한다.
실제로 최근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이 포이즌필을 이용해 경영권 세습에 나서기도 했다. 머독 회장은 뉴스코프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포이즌필을 최장 3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머독은 뉴스코프 자회사인 ‘21세기 폭스’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고 차남인 제임스 머독을 CEO로 앉혔다.
◆ 미국·일본식 차별의결권…주주평등 원칙 위배 논란
삼성-엘리엇 사태가 벌어진 이후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강해졌다. 차등의결권은 ’1주당 1의결권’ 원칙에서 벗어나 특정 주식에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미국은 주(州)별로 회사의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왔지만 이 제도를 시행하는 회사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94년부터다. 일본은 2005년에 제도를 마련했고 최근 8년간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1곳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차별의결권 제도를 시행 중이다.
특정 주주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는 것은 자본력이 부족한 벤처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뿌리를 두고 있다. 창업 기업이 경영권 위협 없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미국은 대부분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기업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한국 대기업들에게 적용가능할 지는 논란이 되고 있다.
◆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업에 외국인 투자 제한
미국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기술 기업에 대해선 ’엑슨-플로리어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1988년 미국에서 제정한 외국인 투자제한법으로, 안보 기술 유출을 막는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1989년 레이건 미국 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자본이 미국 항공기 부품 제조회사 ‘맴코’(MAMCO)가 체결한 계약을 무산시킨 바 있다.
일본과 프랑스도 국가안보의 핵심·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으며, 영국도 공익에 반하는 경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투자를 사전 규제한다.
한국은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을 시행중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보호 대상인 산업군의
다만 해외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기업집단의 경영권 방어에 이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반대 목소리가 높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