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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장 개시와 함께 상승 출발했지만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장중 3~4% 가까이 폭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의 투매가 일어나는 가운데 그동안 고평가 속에 주가 상승을 주도해 온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10.07% 하락했고 한국콜마홀딩스(-11.68%), 한국콜마(-11.01%), LG생활건강(-3.66%), 한국화장품(-6.25%), 한국화장품제조(-5.49%) 등 화장품주 몰락이 두드러졌다. 코스닥은 제약·바이오주의 하락 폭이 특히 컸다.
아모레퍼시픽은 장중 한때 13.35%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아모레G도 13.49%나 하락하는 등 아모레퍼시픽 그룹 주가가 일제히 폭락하면서 서경배 회장은 닷새 만에 '주식 부자' 1위 자리를 이건희 삼성회장에게 반납하고 2위로 물러났다. 서 회장의 주식 자산 가치는 전날 11조5221억원에서 10조621억원으로 12.7% 급감했다. 하루 만에 무려 1조460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메르스 여파로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관이 매물을 쏟아내며 곤두박질쳤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쉬지 않고 상승세를 탔던 고평가 종목의 하락폭이 컸다"며 "부담이 큰 상황에서 중국 증시가 정부 부양책에도 급락세를 이어가고 그렉시트 우려가 높아진 것이 하락의 빌미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날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에 다소 미치지 못한 6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하면서 불안한 2분기 어닝 시즌을 맞이한 것도 증시에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포스코 등 나머지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 추정치가 과도하게 높아 향후 어닝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리스 사태, 중국 증시 급등락, 불투명한 국내 기업 2분기 실적 등이 투자자가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셈이다.
주가 급락폭이 커지자 한국거래소는 올해 처음으로 '비상 시장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거래소는 필요하다면 '시장운영 비상 대책반'을 가동해 시장 안정화 조치도 시행할 예정이다. 비상 대책반은 과거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대내외 큰 충격이 발생했을 때 꾸려진 바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황이 더 악화돼 비상 대책반까지 꾸려질 경우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가격제한폭의 일시적 축소나 공매도 제한 등의 조치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그리스 사태 이후 순매도로 돌아선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2일 112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3일부터 자금을 급격히 빼내고 있다. 이날도 11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3거래일간 4000억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리스 사태로 인해 유럽계 자금의 유동성이 위축되고 위험 자산에 대한 기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본격적으로 빠져나간다면 충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2009년, 2011년 유럽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이번 그리스 문제로 외국인 매도 압력이 높아질 경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러나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발 충격은 다른 국가로 전이되지 않을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 증시 급등락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기피심리와 하반기 기업 실적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병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