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인 은마아파트가 잃어버린 땅을 되찾게 돼 재건축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국세청이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소유라며 지난해 가압류했던 단지 내 핵심 용지(대치동 1020-1·2190㎡)를 되찾기 위해 구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서울행정법원6부는 지난 19일 대치동 1020-1은 재건축사업 계획 승인 때부터 은마아파트 용지에 포함돼 있었을뿐더러 준공 후 이 필지가 17동 상당 부분과 주차장 대지로 이용되고 있는 사실이 분명해 가압류 처분을 무효화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원래 12개 필지로 나뉘어 있던 이 땅은 1982년 한 필지로 합쳐졌는데 이 과정에서 미등기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국세청이 2007년 신병 치료를 이유로 카자흐스탄으로 출국해 현재 행방이 묘연한 정 전 회장 체납 세금 중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조사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땅을 정 전 회장 소유라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매각작업에 돌입해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지난 5월 이 땅에 대해 공매를 추진했다.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곧바로 법원에 공매 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소송을 진행해왔다.
법원은 "토지 지분 소유권 취득을 위한 실질적 요건을 갖췄음에도 환지등기 절차 지연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經了)하지 못했던 것이므로 은마 측이 해당 토지를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용지로 36년 이상 사용된 토지에 대한 국세청 압류 처분은 조세징수권 남용이라서 위법이라는 얘기다.
재건축사업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은마 측으로서는 이 땅이 공매로 제3자에게 넘어가면 다시 사들여야 한다. 새 낙찰자가 부당하게 비싼 값을 요구할 수 있어 재건축사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재건축사업에 발목을 잡아왔던
다만 단지 내 폭 15m 도로 폐지와 관련한 부담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추진위는 도로 대신 공공보행통로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사전자문 과정에서 심의위원 간 찬반이 엇갈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신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