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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생보사들이 손해보험 회사보다 실손보험 적자가 적다는 이유로 생보사들에 실손보험료를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보험사들이 과도한 의료비 청구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등하자 보험료를 올리겠다고 나선 터였다.
결국 손해보험 회사들은 올해 9월 실손보험료를 약 10% 안팎으로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동결해야 했다. 금융사들은 소비자 보호라는 정책적 차원에서 금융당국의 협조 요청을 이해하면서도 불투명한 경영 개입이 못마땅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격 부분은 담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경로를 통하지 않고 실무자들이 구두로 압박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7월 금융규제 개혁 방안을 발표한 지 1년이 다 됐지만 일선 현장에선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상품 가격이나 수수료, 임금 등 시장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취임하면서 현장 규제를 타파하고 금융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쪽으로 규제의 큰 틀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장에선 불투명한 구두 개입이 여전하다. 2000여 명에 달하는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들은 여전히 금융사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코치' 노릇에 충실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불만을 전해 들은 임 위원장도 간부들에게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정치권이나 여론 압력 때문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현장에서 규제 시스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금융개혁자문단 회의에서도 규제가 불확실해 경영에 애로가 많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자문위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내려보낸 구두 지도, 모범규준, 공문이 너무 많아 금융사가 뭘 지켜야 하는지 다 알기도 어려운 지경"이라며 "모범규준은 말 그대로 금융사 자율적으로 시행해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더욱이 금융사 직원들은 금융당국의 금융사 자율성 존중 선언에도 불구하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는 완화된 규제에 따라 자율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당국에 더 자세한 지침을 요구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근본적인 규제 개혁을 달성하려면 현장에서 규제를 집행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금융개혁 대상인 금융당국이 스스로를 개혁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돌아보라고 조언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권한과 역할이 명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금융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빅뱅'에 가까운 규제 개혁이 이뤄지려면 금융당국 스스로를 구조조정하겠다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