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주식시장의 흐름은 여전히 무겁다. 코스피는 11일 기준금리 인하 발표 이후에도 2050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효과가 단기적으론 시장의 상승 동력이 되기보다는 하방 지지력을 더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굵직한 세계 경제 이벤트들과 정부의 추경 여부에 따라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0%로 조정했다. 지난 3월 0.25%포인트를 낮춘 데 이어 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린 것이다. 최근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을 따라오지 못하는 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으로 경제 전반에 타격이 크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하지만 금통위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이날 주식시장의 흐름은 답답했다. 코스피는 금통위의 발표 직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해 전 거래일 대비 0.26% 오르는 데 그쳤다. 금리하락의 수혜주로 꼽힌 증권과 건설업 지수는 오히려 각각 2.23%, 0.68%씩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 국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만큼 금리인하만으로는 시장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리인하 효과가 지지선을 만드는 데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특히 한국 수출과 내수가 모두 침체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수출이 연초 이후 역성장을 지속한 가운데 메르스라는 돌발 변수가 등장하면서 악재가 겹쳤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부분적인 악재가 경제 전반으로 전이된 상황”이라며 “단발적인 금리인하의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점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2분기 들어 미국의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금리인상이 현실화되자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에 한국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차후 정부의 추경 편성 여부를 놓고 방향성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 효과와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맞물릴 경우, 정책 실효성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김병연 NH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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