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에서 좀처럽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난항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됐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졌다.
8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2.91포인트(0.14%) 내린 2065.19로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상승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에 밀려 개장 직후 약세 전환했다. 외국인은 이날 8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서며 지수 하락을 부채질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메르스 확산 우려가 경기 전반을 위축시키며 투자심리를 얼어붙였다고 분석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부진에는 그리스 이슈, 미국 경제지표 결과보다는 환율과 메르스 확산에 따른 불안심리 영향이 크다”면서 “메르스 확산 속도가 완화되고 심리적 공포가 둔화되어야만 코스피에 안도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 증시를 위해서는 메르스 확산 우려를 차단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면서 “메르스 확산에 따라 증시를 주도하던 화장품·음식료·여행 등의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배 연구원은 “불안심리 확산은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고 예상되는 경제 정책 효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결국 소비 위축과 전반적인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 한국은행의 금통위가 투자 심리와 수급 불확실성을 잡아줄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금통위 금리 결정은 실제 금리 하락 효과보다 환율에 주는 변화가 커 수출주의 반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메르스로 인한 조정 속에서도 엔저에 영향을 받는 화장품, 여행 등의 업종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면서 “금통위에서 원화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 발언이 나온다면 하락하는 증시에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메르스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이날 코스닥은 전일 대비 9.16포인트(1.30%) 오른 716.43으로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7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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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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