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우수한 수익률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유럽펀드가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1~2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3월 이후 뭉칫돈이 들어왔다. 다만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한 염려가 커지면서 최근 유럽 증시의 상승 흐름이 끊겼기 때문이다.
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설정된 유럽펀드 43개의 평균 수익률은 15.88%다. 급등 중인 중국본토와 러시아, 홍콩H주 펀드 정도를 제외하면 해외펀드 가운데서도 높은 수치다. 다른 지역 펀드에 비해 변동성 우려가 덜하다는 인식에 높은 단기 수익률이 부각되면서 올해 설정액만 1조1600억원이 증가했다.
그러나 유럽펀드에 가입해 기대 만큼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을 찾기는 어렵다. 투자자 대부분이 ECB 호재로 유럽펀드가 수혜를 누린 1,2월이 아닌 3월에서야 펀드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유럽펀드 설정액 증감분은 모두 최근 3개월(1조1657억원) 동안 유입된 자금인 반면 이 기간 평균수익률은 2.63%에 그친다. 올해 유입된 자금의 70% 이상이 몰린 지난 3월 유럽펀드 평균수익률은 2.70%, 약 2000억원 유입된 최근 한 달은 0.76%에 불과했다.
개별 유럽펀드 수익률에서도 반박자 느린 투자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올해 들어서만 6200억원을 끌어모으며 유럽펀드 전체의 60%을 독식하고 있는 ‘슈로더유로증권’의 경우 최근 3개월에만 5900억원이 몰렸으나 같은 기간 수익률은 3.15%다. ‘JP모간유럽대표증권’도 설정액 1009억원(운용펀드 기준) 중 900억원이 들어온 3개월 수익률은 2.96%다.
유럽펀드의 수익률이 갑자기 시들해진 이유는 뭘까.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ECB가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할 것이란 기대감이 유럽증시에 반영되면서 펀드 수익률도 높아졌으나 막상 QE가 실시된 이후에는 모멘텀이 사라지면서 다시 주춤해졌다”며 “1,2월 유럽펀드 수익률을 확인한 후 단기 수익을 목적으로 들어온 국내 투자자들은 큰 수혜를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
다만 장기적으로 유럽펀드는 여전히 매력있는 투자처라는 평가다. ECB의 경기부양 의지가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문 연구원은 “ECB가 소비자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QE를 계속 시행할 것으로 예상돼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유럽펀드는 장기투자 측면에서 여전히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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