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상장사들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 부진 때문에 매출은 떨어졌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이자비용 감소 등으로 수익성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를 보인 셈이다.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26곳의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433조원으로 전년보다 5.78%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8조2637억원, 순이익은 20조928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9%, 3.7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재계 ‘맏형’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좋아졌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5%, 29.5% 성장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매출은 4.9% 감소해 ‘반쪽짜리’ 실적 회복세를 실감케 했다.
기업들이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 보여주는 이익지표는 전년보다 개선됐다. 매출액 순이익률이 4.84%로 전년보다 0.45%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이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았을 때 최종적으로 48원 남겼다는 뜻이다. 상장사 부채비율도 128.39%로 전년보다 0.39%포인트 낮아져 전반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 1분기 흑자 기업은 494곳(78.91%)이고 132곳(21.09%)은 적자를 냈다.
업종별로는 항공 등 운수창고, 화학업종, 통신업종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다. 항공 등 운수창고 업종은 영업이익 증가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2.09%에 달했다. 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대한항공(786.34%)·아시아나항공(흑자전환) 등이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화학 업종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8.66% 늘어났다. 롯데케미칼(160.48%) SK이노베이션(38.20%) 등이 전반적으로 빠른 실적개선세를 보였다. 통신업종도 1분기 들어 업체 사이 과열됐던 경쟁이 약해지면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102.11% 확대됐다. 의료정밀(81.50%) 전기가스(48.57%) 비금속광물(41%) 철강금속(25.03%) 음식료품(3.71%) 등도 지난해 1분기보다 우수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믿었던 ‘전(전기전자)·차(자동차 등 운수장비)’ 업종의 부진은 뼈아팠다. 전기전자 업종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16%나 감소했다. 무엇보다도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5조979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56%나 줄어든 영향이 컸다. 자동차 등이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5% 떨어졌다. 현대자동차(-18.07%) 기아자동차(-30.45%) 현대모비스(-4.33%) 등 ‘자동차 3인방‘이 1분기에 부진한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내수 업종이 시원치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점도 눈에 띄었다. 서비스업(-17.98%) 섬유의복(-38.14%) 유통업(-9.63%) 등 관련 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0% 줄어들었다. 이밖에 기계(-21.36%) 의약품(-6.86%) 종이목재(-7.02%) 건설업(-1.62%) 등도 전년 동기보다 흑자폭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이 좋아지긴 했지만 기업 업황 자체는 여전히 좋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매출액은 줄었지만 1분기 유가 하락과 저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효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늘어났다는 뜻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글로벌 경제의 개선 속도가 더뎌지면서 수출·내수 모두 업황 자체는 여전히 안 좋다며 ”기업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업황 부진에 대비해 구조조정 등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 그나마 실적 악화가 제한됐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은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으나 실속은 적었다.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905곳의 매출액(연결재무제표 기준)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5%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11.15% 줄었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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