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출이 부진에 빠진 것은 선진국의 수입 수요 위축 외에도 중간재 무역의 둔화, 중국과의 수출경쟁 심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구조적인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간재 위주의 대중(對中)수출을 소비재·완제품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분석이다.
18일 김용복 한국은행 조사국 차장 등이 낸 ‘금융위기 이후 무역환경 변화와 우리나라의 수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하면서 한국의 수출은 위기 이전보다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위기 이전인 2000∼2007년 연평균 7.2%였던 세계 교역 신장률은 위기 이후 연 2.8∼3.4%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13.0%(국민계정 기준)였던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이 여파로 2013년 4.5%에 이어 2014년에는 2.3%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최근 수출 증가세 둔화의 구조적 배경으로 ▲ 선진국 수입 수요 위축 ▲ 중간재 무역 약화 ▲ 중국과의 수출경쟁 심화를 들었다. 우선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소득증가세가 낮아진 가운데 소득불평등도는 더욱 높아지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선진국에서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짙어지고 생산공장을 자국으로 복귀시키는 제조업 회귀현상(reshoring)까지 나타나 선진국 수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이 가공무역으로부터 탈피를 선언해 중간재 무역이 약화한 것도 한국의 수출에 타격을 줬다. 과거에는 중국이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한국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한 뒤 이를 단순조립해 다시 수출하는 전략을 펼쳤지만, 중국이 가공무역 금지품목을 확대하면서 중국으로의 가공·중계무역 관련 수출이 위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2004년 이후 가공무역 금지품목을 공포, 확대해왔으며 2010년부터 가공무역을 일반무역으로 전환하는 각종 조치들을 강구했다. 2011년 3월 단순조립 가공무역 탈피 계획을, 2011년 11월 가공무역의 국내조달 확대 및 기술개발 촉진 정책을 발표한 게 대표적 예다.
또한 화학, 기계, 철강 업종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국 수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 화공품, 석유제품, 기계류, 철강, IT등 우리나라 10대 수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비교해보면 2013년 기준 가격경쟁력 우위에 있는 품목 72개중 중국과 중복되는 품목이 35개에 달했다. 그만큼 중국과 가격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세계경기 회복으로 선진국의 수입 수요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다른 구조적인 요인은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향후 세계경제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 한국 수출은 점차 개선될 전망”이라며 “그러나 국제 생산연관관계의 약화,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정책, 중국과의 수출경쟁 심화는 한국 수출의 구조적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수출 부진과 관련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구조나 성장패턴이 바뀌면서 수출에 타격을 받는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고서는 구조적 문제의 해결책으로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한 핵심기술 강화, 신제품 개발 및 제
특히 대(對) 중국 수출에 대해서는 “현지 시장의 밀착도를 강화하고 경쟁력을 키워 수출 구조를 중간재에서 소비재 및 완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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