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주택이 즐비한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가 올해를 ‘옛 명성 되찾기’ 원년으로 정하고 탈바꿈을 시도한다.
2004년 이후 강산이 한번 바뀌는 동안 옆동네인 아현동은 괄목할만한 발전을 했지만 이곳은 큰 변화가 없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신촌으로 이어지는 신촌대로를 사이에 두고 북측과 남측에 위치한 아현동과 북아현동은 본래 한 몸이었다. 조선시대 ‘작은 고개’란 뜻의 한성부 서부 반송방 ‘아현계(阿峴契)’란 지명에서 유래한 두 개 동은 지난 1914년 경기도 고양군 연희면 아현북리와 용강면 아현리로 나뉜다.
이후 1936년 경성부 북아현정과 아현정으로 지명이 바뀐 후 1943년 6월 북아현동은 서대문구로, 아현동은 마포구로 편입되면서 각자의 길을 갔다. 한동안 이 일대는 노후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즐비한 서울시내 구도심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2004년 마포구 아현동·염리동·공덕동 일대를 ‘아현뉴타운’으로, 2008년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를 ‘북아현뉴타운’으로 지정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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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과 아현뉴타운 일대. 지도 대림산업] |
하지만 북아현동과 아현동의 명암이 갈린 것도 이즈음이다. 종로와 광화문, 시청 등 중심업무지구와 더 가깝고 학군도 우수해 아현동보다 평균 집값이 높았던 북아현동은 2011년께 비슷해지더니 2012년 12월 역전을 허용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8년 12월 기준 북아현동 집값은 3.3㎡당 1309만원으로, 1174만원인 아현동보다 135만원 비쌌다.
이는 아현·북아현뉴타운의 지정시기 차이가 나면서 아현뉴타운이 개발에 착수해 고층 아파트가 하나둘씩 들어설 때도 북아현뉴타운은 남의 집 잔치를 바라만 봐야 했다. 실제 북아현동은 2005년 이후 10년간 입주물량이 38가구에 불과할 정도로 개발이 더뎠다.
그에 반해 아현동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신규 아파트 5235가구가 입주를 하면서 시세상승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총 3885가구 규모의 ‘마포 래미안푸르지오’가 입주를 시작하자 상승폭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단지는 2012년 분양 당시 3.3㎡당 2000만원대에 분양가를 책정해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시세는 3.3㎡당 218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목동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인 3.3㎡당 2061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 1월 말에는 전용 84㎡ 주택형이 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말 평균 매매가 6억9500만원과 비교해 4개월 새 3500만원 상승한 것이다.
전셋값도 6억~6억2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유래 없는 전세난에 전세물건은 동이 난 상태다. 반전세는 보증금 1억원, 월임대로 150만~200만원대에 거래된다.
오는 4월 아현교차로 인근에 입주를 앞두고 있는 ‘공덕자이’(1226세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용 84㎡의 매매가는 6억8000만~7억8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고, 전셋값은 1개월 전 5억5000만원에서 최근 6억원까지 올랐다.
아현뉴타운의 주택가 상승세는 고스란히 북아현뉴타운으로 번지고 있다. 분양시작 전이라 지분값이 뛰는 것이다.
이달 중 분양에 나서는 북아현 1-3구역 ‘e편한세상 신촌’의 조합원 분양권은 최근 1개월 새 전용 59㎡가 4억3000만원에서 5억원까지 올랐다. 전용 84㎡의 상승폭은 더 커 같은 기간 5억9000만원에서 6억7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이는 ‘아현뉴타운’의 상승 분위기에 맞물린 탁월한 ‘입지’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북아현뉴타운은 서울시청까지 직선거리로 불과 2~3㎞ 떨어져 있어 도심 중심부와 가깝고 업무시설 밀집지역인 여의도와도 마포대교를 두고 마주하고 있다.
또 지하철 2호선 아현역·이대역, 지하철 5호선 공덕역·애오개역·충정로역 등 주요업무지구로 연결되는 촘촘한 거미줄 노선을 자랑한다.
46년간 존치됐던 아현고가도로가 지난해 4월 철거되면서 여의도에서 마포·공덕이나 신촌을 지나 광화문·서울역으로 가는 길(8차선)이 새로 정비돼 길목에 위치한 아현역 일대 가치를 몇 단계 끌어올렸다.
◆대림산업 등 연내 4개 단지 4905가구 신규분양
아현역 주변으로 연내 4905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북아현뉴타운에서는 대림산업, 대우건설, 현대건설이 4월과 9월에 자존심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 3개 구역 평균 분양가는 조합원과의 조율 등 넘어야할 산이 남았지만 3.3㎡당 2000~2100만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현뉴타운에서는 GS건설이 염리2지구에서 ‘공덕자이3차’를 5월에 분양할 예정이다.
북아현 1-3구역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신촌’은 도심에서 보기 드문 2010가구 대단지로 조성되며,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단지가 맞닿아 있는 초역세권 입지를 자랑한다.
이 단지는 이달 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725가구(아파트 625가구, 오피스텔 100실)가 일반분양에 나선다. 아파트 95%(604가구)가 전용면적 59㎡, 84㎡로 구성돼 실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같은 달 북아현 1-2구역 ‘아현역푸르지오’도 분양한다. 조합원(462가구)과 임대(163가구)물량을 제외한 315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이 단지는 북아현뉴타운 내 첫 입주물량이자 첫 분양으로 2015년 11월 입주예정이다.
단지 옆에 북성초, 한성중·고가 위치하고 단지 인근에는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추계예대 등 명문대학들도 가깝다. 2호선 아현역과 이대역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e편한세상 신촌’ 보다는 다소 거리가 멀다.
현대건설은 빠르면 6월 북아현1-1구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희궁의 아침 등 종로권역의 고급아파트의 시세가 3.3㎡당 2000만원을 넘어선지 오래”라며, “고궁과 도심권의 풍부한 문화·편의·교통시설까지 누릴 수 있는 북아현뉴타운이 마무리되면 종로권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심 속 부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북아현뉴타운 =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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