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취임한 조충기 제31대 대한건축사협회장(56·사진)이 안타까워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건축보다 건설, 사람보다 돈을 앞세우는 현행 풍조 속에서 건축사들이 국민으로부터 멀어진 존재가 돼 버렸다. "집을 짓거나 고치려면 누구를 먼저 찾아야 할까요. 정답은 건축사입니다. 건축은 건축사의 도움을 받아 건축주가 직접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시공업자를 먼저 찾는 게 현실입니다."
그는 "건축은 김수근 씨 같은 대단한 거장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동네 병원처럼 건축사들도 동네의 주민들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며 "골목 건축사처럼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친근한 건축사가 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올해 초 협회 사상 처음으로 회원 건축사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됐다. 5명의 후보 중에 가장 젊은 그가 선출된 것은 개혁을 갈망하는 건축사들의 생각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그가 우선 추진하는 것은 소규모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 분리다. 그는 "건축사들의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 감리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며 "설계와 감리가 합쳐져 있으면 건축사가 자기 이해를 위해 건축주를 배신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건축사가 인기라는 것은 옛말이다. 요즘 청년들은 건축학과를 기피하고 건축학과를 졸업해도 다른 진로를 찾는다.
조 회장은 건축학도들의 취업 해법으로 '마을 건축사'를 내놨다. 큰 건축만 바라보기보다 동네 의원처럼 마을 단위에서 지역주민에게 스며들 수 있는 '작은 건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5년제인 대학 건축학과 커리큘럼을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 4+2년제, 3+3년제로 쪼개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그는 건축보다 건설을 앞세우고, 최저가 낙찰제처럼 비용 절감만 강조해서는 창의적인 건축물이 어렵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조 회장은 "미국의 경우 설계와 시공을 분리해서 건물을 지을 때 먼저 설계를 한 뒤 이 설계에 맞춰 저렴하게 잘 지을 수 있는 시공사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거꾸로 전체 공사비를 정한 뒤 여기서 설계비를 일부 떼어주는 방식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조 회장은 도로 사선 제한 폐지가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낸
[이근우 기자 / 임영신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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