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단기 부동자금이 800조원을 넘어섰다.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려 있지만 갈 곳은 찾지 못하고 ‘장농 속’에 묻혀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1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첫 연 1%대로 내리면서 시중에는 자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중에 돈의 유통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통화승수는 지난 1월 18.5배를 기록해 사상최대로 떨어지는 등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리인하로 늘어난 자금이 제대로 투자를 자극할지 아니면 ‘돈맥경화‘ 현상을 심화시킬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800조726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단기 부동자금은 현금 65조원, 요구불예금 143조6000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370조5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 70조4000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39조10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15조9000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8조3000억원 등이다.
MMF 등 잔액은 금융사 간 거래인 예금취급기관 보유분과 중앙정부, 비거주자의 보유분을 빼고 집계한 것으로 여기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 71조5000억원과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16조4000억원을 합친 기준이다.
이 기준의 단기 부동자금은 2008년(연말 기준) 539조6000억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646조7000억원으로 19.8% 급증했다. 이어 2010년 653조5000억원(1.0%), 2011년 649조9000억원(-0.5%), 2012년666조4000억원(2.5%) 까지는 매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증가했다.
하지만 정기예금 금리(가중평균 신규취급액 기준)가 사상 처음으로 연 2%대에 접어든 2013년부터는 달라졌다. 단기 부동자금은 2013년에 712조9000억원으로 7.0% 늘었고 지난해엔 794조8000억원으로 11.5% 급증했다. 경제의 덩치보다 부동 자금이 빠르게 늘면서 결국 올해 1월 말에는 80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투
전문가들은 늘어난 부동산시장으로 쏠리기보다는 단기부동성 자금이 지금과 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번 금리 인하로 뚜렷한 ’머니 무브‘가 나타나기는 어렵다”며 “지금과 같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뚜렷이 부상하는 산업이 없다면 단기 부동자금은 많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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