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은 국내 최고 수준의 보수와 각종 혜택을 누리면서 본인들과 갈등을 빚은 임원에게는 퇴직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KB내분 사태'때 갈등을 빚은 임원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보고 있다.
11일 국민은행 사외이사 활동내역에 따르면 올해 1월 이사회에서 김중웅·강희복·송명섭·조인호 사외이사는'특별퇴직금 지급(안)'에 대해 보류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사외이사들은"특별히 반대한다기보다 조금 더 검토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과 이달 열린 이사회에서도 이 안건은 논의되지 않아 사실상 특별퇴직금 지급이 물 건너간 셈이 됐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하는 임원에게는 특별퇴직금이 지급되는 게 관례였다. 문제는 이번 퇴직금이 정병기 전 국민은행 감사에게 지급될 예정이었다는 것.
KB금융 고위 관계자는"외부에서 볼 때는 정황상 보복성으로 비칠 수 있는 데 왜 그렇게 처리했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정 전 감사는 지난해 국민은행의 주전산기를 기존 IBM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방안을 놓고 사외이사들과 대립각을 세운 인물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유닉스에 유리하게 주전산기 교체 관련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것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면서 사외이사들이 징계를 받았다. 결국 이 사건은 당시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동반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KB내분 사태를'수수방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정작 자신들에 대한 활동평가에는 최고 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는 ▲이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경험과 지식 ▲이사의 직무·성품 등으로 구분되고 총 10개의 항목이 있다. 이에 대해 5점 척도의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데 사외이사들은 업무평가에서 자신들에게 만점을 줬다.
앞서 금융권에서 최고의 보수를 받는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의 고액 보수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9700만원의 연봉을 받아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겼다. 강희복 사외이사와 송명섭 사이외사도 각각 8200만원, 7600만원을 받았다.
이들 사외이사들과 관련된 단체들도 만만찮은 후원금을 받았다.
강희복 사외이사가 이사로 속한 시장경제연구원이 4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을 비롯해 KB 사외이사들이 선임된 이후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KB사태의 책임에 대해 사외이사들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활동에는 최고 점수를 주면서 정 전 감사에게는 퇴직금마저 지급치 않으려는 행태는 객관성을 잃은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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