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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732사 중 278사가 주주총회 개최 관련 이사회 결의 내용을 공시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하는 재무제표 승인 건을 제외하면 안건 중에서 임원 선임이 가장 많았다. 이사 선임 204사, 사외이사 선임 155사, 감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126사 순이었다.
논란이 되는 의안도 이사 선임 안건에 집중됐다. 의안분석 전문분석업체인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주요 기업 14곳의 안건을 샘플로 분석해 본 결과 81건의 의안 중 10%가량인 9개 안건에서 논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중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과 관련된 주제가 8개로 대다수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몇몇 유가증권 상장사들에서는 과도한 이사 겸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상법 시행령 제34조 제5항 제3호에 따르면 '해당 상장회사 외 2개 이상의 다른 회사 이사·집행임원·감사로 재임 중인 자'는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해당 회사 외에 1개 회사의 임원 겸직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법에 직접적으로 저촉되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기관의 임원을 맡게 되면 이사 직무에 충실하지 못하게 돼 '거수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모비스의 이우일 사외이사 후보는 서울대학교기술지주 감사,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이사,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상임대표로 재직 중이다.
신한금융지주의 고부인 후보도 과도한 겸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고 후보는 산세이 대표이사와 제주국제컨벤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산세이가 일본 기업이어서 한국 기업 임원은 두 곳만 맡게 되는 셈인 만큼 한국 상법과 시행령에 직접적으로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겸임으로 사외이사 업무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학맥이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사외이사가 대표이사나 기존 사외이사와 동기 또는 가까운 선후배라면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경영진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이종우 사외이사 후보는 이해진 사내이사 후보와 동일 대학 동일 학과 동기 지간이다. 신한금융지주의 남궁훈 사외이사 후보는 한동우 대표와 서울대 법대 1년 선후배 관계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연임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한두 번 정도 연임하는 것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10년 가까이 연임하게 되면 사실상 사내이사와 다를 바가 없어져 제대로 된 경영진 견제가 이뤄지기 어렵다. SBS콘텐츠허브의 김진우 후보와 메디톡스의 박준효 후보는 이번에 재임에 성공할 경우 11년 동안 사외이사 또는 감사로 근무하게 된다는 점이 논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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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X그린케미칼의 한 사외이사 후보는 2012년 3월 취임 이후 한 번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인디지털의 이원기 후보도 최근 3년 평균 이사회 참석률이 3.67%에 불과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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