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SPP·성동조선 추가지원 못해"

6년째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상태인 부실 조선사들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시중은행들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SPP조선은 5000억원에 가까운 추가 자금 지원안이 부결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관측된다. 비슷한 금액의 추가 자금 지원 논의를 앞둔 또 다른 자율협약 조선사인 성동조선도 추가 자금 지원이 무산되거나 지원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국책 은행들이 우려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이른바 '범국책'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에 찬성하는 반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반대하면서 '국책 대 시중은행' 구도가 형성된 모양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SPP조선의 주 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9일 긴급채권단회의를 소집해 SPP조선에 대한 4850억원 규모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논의한다. SPP조선은 2010년 5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래 최근까지 6000억원가량 신규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경남 통영조선소 블록 공장 전환을 통한 규모 축소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공급 과잉과 중국 조선사 증설 문제로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SPP조선의 다른 채권은행인 KB국민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질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조선업의 장기 불황으로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경영 정상화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추가 자금 지원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반대 의사 표시에 따라 신한은행과 SC은행, 외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추가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른 채권은행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가 없다는 전제하에 추가 자금 지원에 동의한다는 이른바 '조건부 동의' 의견을 낸 상태다. 국민은행의 반대가 지속되면 신한은행도 추가 자금 지원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신한은행은 "경영 정상화 동참 차원에서 '조건부 동의'를 냈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은 신한은행의 조건부 동의를 실질적인 지원 거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이른바 '범국책'의 채권 비율은 약 66%다. 추가 자금 지원에 필요한 요건(75%)을 밑돈다. 채권 비율이 7%인 신한은행과 1~2%대 비율의 채권을 보유한 SC은행, 외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캐스팅 보트'인 셈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의 분명한 의사 표시와 신한의 조건부 동의로 시중은행들이 반대 기류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주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이달 안으로 5000억원가량의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다른 채권은행들에 제안할 예정인데 SPP조선의 추가 자금 지원 여부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010년 3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성동조선에는 최근까지 1조9000억원가량의 신규 자금이 지원됐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SPP조선의 추가 자금 지원 논의 과정에서 더 이상 부실 조선사에 대한 자금 지원이 무의미하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이 제안하는 5000억원은 어림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2013년을 전후해 해외에서 수주한 선박 물량이 올해 건조될 예정인데 이 건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 자금"이라며 "(수주) 당시 시황이 좋지 않아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석우 기자 / 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