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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종금증권의 지점 영업인력은 지난해 4월 322명에서 지난해 말 433명까지 늘어났다. 지난 16일 여의도에 6호 금융센터를 개소하면서 영업직원 수는 475명까지 늘었다. 최근 증권업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칼바람에도 유일하게 직원 수를 늘리면서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77.8% 증가한 1조5048억원, 영업이익도 무려 111.5% 늘어난 1443억원을 올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영업직군이 밤낮없이 뛰어다닌 리테일 분야는 2013년 83억원 적자에서 작년 34억원의 순이익으로 흑자전환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실험이 증권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메리츠종금증권 벤치마킹에 나설 정도다. 새로운 실험의 출발점은 ‘리테일 영업력 강화’다. 모바일 시대에 걸맞게 점포 수는 과감히 줄이는 대신 능력 있는 영업직원을 늘리고 새로운 성과보상체계를 도입해 저비용·고효율 구조를 만들었다.
리테일 분야는 증권사들에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한 지 오래다. 2000년대 초반까지 증시가 활황을 누릴 때 증권사들은 무분별하게 지점 수를 늘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급속히 냉각됐고 증시 전체 거래대금은 확 줄어들었다. 특히 HTS, MTS 등을 통한 개인투자자들의 직거래가 확산되면서 리테일 영업의 위상은 곤두박질쳤다. 결국 지난해 증권사들은 대대적으로 영업지점을 축소했고 3000명이 넘는 증권맨이 일자리를 잃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다른 길을 택했다. 우선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영업지점을 작년에 20개에서 5개로 확 줄였다. 하지만 영업직군 자리는 늘려 초대형 거점 점포로 만들었다. 영업직군에는 ‘신임금체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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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증권사 영업직원들이 인센티브를 적용받는 손익분기점이 본인 연봉의 2~3배였다면 메리츠종금증권은 과감히 손익분기점을 영업직원 연봉에 맞췄다. 즉 본인 연봉만큼만 실적을 내면 연봉을 초과하는 부분의 50%를 인센티브로 가져갈 수 있게 한 것. 성과에 대한 보상이 확실해지자 실력 있는 영업직원들이 하나둘 메리츠종금증권에 모여들었다.
류준호 리테일사업 지원팀장은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이 유발되고 동기 부여가 된다”며 “개별 영업 목표를 할당하지 않아도 영업직원들이 알아서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점포 수를 줄여 초대형 거점 점포로 만들었더니 본사 지침과 전략이 일선 지점까지 빠르게 전달되는 강점도 갖추게 됐다. 일선 영업지점에 대한 감사나 컴플라이언스 업무가 원활해졌다. 불완전판매 등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영업행위를 사전에 빠르게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혁신 초기에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지점 수를 줄이는 것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노조가 반발했다. 그러나 최희문 사장과 당시 지주 사장 겸 각자대표였던 김용범 현 메리츠화재 사장이 임직원과 지속적인 설득 과정을 거치며 혁신 의지를 관철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한 덕분에 올해에는 자기자본 1조원 이상 규모를 갖춘 대형 증권사로 도약이 예고돼 있다. 아이엠투자증권 역시 IB와 트레이딩에 강점이 있는 만큼 양사가 더해지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 2020년까지 종금 라이선스를 보유해 브로커리지 수입 비중이 큰 다른 증권사에 비해 기업대출을 비롯해 리스, 부실채권(NPL) 등 기업금융 쪽으로 수익 구조가 다변화돼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변신은 최근 계열사 전체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김용범 사장을 지주 사장 겸 메리츠화재 대표로 선임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성공 DNA를 계열사에 확산시키려는 복안이다. 김 사장은 메리츠화재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기존 8총괄 31본부 1담당 134팀으로 구성된 방대한 조직에 메스를 가했다. 핵심은 단순화다. 3총괄 4실 1부문 27본부 124파트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하면서 팀원들은 총괄임원에게만 전자결재를 받는 식으로 바꿨다.
이런 분위기는 계열사인 메리츠자산운용에서도 진작부터 나타났다. 2013년 펀드수익률 최하위였던 메리츠자산운용은 미국에서 15년간 ‘더 코리아펀드’ 운용으로 유명한 존 리 대표를 작년 1월 영입했다. 존 리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을 맡는 조건으로 조 회장에게 자신의 ‘더 코리아펀드’ 팀을 함께 영입하고 경영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할 것을 내걸었다.
전문가에게 믿고 맡기는 그룹 내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조 회장은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받아들였다. 존 리 대표는 취임 후 독립적 투자를 실행하기 위해 사무실을 시내 북촌으로 옮겼다.
복장도 인터넷 회사처럼 자유롭게 했다. 팀장·본부장이 사장에게 보고하던 문화도
수십 개에 달하던 자투리 펀드를 다 없애고 ‘메리츠코리아펀드’에만 회사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1년 수익률(1월 30일 기준) 22.22%를 내며 단숨에 수익률 1위 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전병득 기자 / 장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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