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설정된 '새내기' 가치주 펀드들의 수익률이 기존 가치주 펀드 수익률을 앞서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따라 삼성 미래에셋 한국 등 메이저사들은 지난해 여름 일제히 가치주 펀드를 내놨다. 삼성은 지난해 7월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삼성밸류플러스'를 내놨다. 가치주 투자에서 성과를 내온 한성근 매니저가 운용을 맡고 있는 이 펀드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지표 외에 인수합병을 통해 추가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을 쓴다.
한국운용도 지난 여름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인 한국투자밸류 엄덕기 매니저를 데려와 '한국투자롱텀밸류'의 운용을 맡겼다. 한국운용이 그동안 대형주와 성장주 위주 투자를 주도해 온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해 여름 가치주펀드인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를 출범시키면서 실력파 매니저로 꼽히는 송진용 매니저에게 운용을 맡겼다.
이들 신생 가치주 펀드의 지금까지 성적표는 기존 대표 펀드를 앞서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을 보면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는 8.08%, 삼성밸류플러스는 5.98%, 한국투자롱텀밸류는 4.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치주 대표펀드인 KB밸류포커스가 0.70%, 신영마라톤과 한국밸류10년이 각각 -3.34%, -5.8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뛰어난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물론 6개월 수익률로만 이들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기존 대표펀드들은 급등락 장세보다 더 어렵다는 박스권 장세 속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내온 강자들이다. 새내기 펀드는 최소 1~2년간 꾸준한 실력을 보여야 대형 펀드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펀드 규모가 1조원 이상으로 불어날 경우 수익 실현에 따른 환매수요와 투자종목 발굴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00억원 미만의 소형 펀드가 대형펀드 보다 수익률을 올리기 쉬운 까닭에 새내기 펀드들의 초반 성적표가 잘 나왔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3년을 기준으로 봐도 한국밸류10년은 42.44%, 신영마라톤과 KB밸류포커스는 각각 24.64%와 21.54%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실력을 입증했다.
새내기 가치주펀드와 기존 펀드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새내기인 한국투자롱텀밸류(5.18%)와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4.25%)는 삼성전자의 펀드 내 비중이 5% 내외다. 그러나 기존 대표 펀드인 신영마라톤과 한국밸류10년장기주택은 각각 펀드 내 삼성전자의 비중이 12.29%, 12.45%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보유 비중이 높은 것은 신영운용과 한국밸류운용 CIO들의 철학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 운용사는 해당 종목이 갖고 있는 가치에 비해 저평가 됐다고 생각하면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이를 보유하는 것이 가치주 투자의 본질'이
새내기펀드들이 담고 있는 탑5 종목을 보면 삼성밸류플러스는 SK하이닉스 SKC&C SK텔레콤 로엔 대상, 한국투자롱텀밸류는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쏠리드 현대차 LG화학,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는 삼성전자우선주 고영 한전KPS ISC SK텔레콤 등이다.
[김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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