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반값 중개수수료’ 스타트

강원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부동산 ‘반값 중개수수료’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부터 강원도에선 주택거래 때 반값 중개료가 적용될 전망이다. 강원도 결정에 따라 앞으로 서울시·경기도 등 다른 시·도 지방의회 조례 개정에도 영향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의회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인 경제건설위원회를 통과한 ‘강원도 주택 중개수수료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이의 없이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반값 중개료’ 조례 개정안이 지방의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것은 강원도가 처음이다. 이날 통과된 조례는 행정자치부 심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공포·시행된다.
앞서 강원도는 권고안에 따라 6억~9억원 미만 주택매매 중개수수료를 현 0.9% 이내에서 0.5% 이내로, 3억~6억원 미만 주택임대차 중개수수료를 현 0.8% 이내에서 0.4% 이내로 협의하는 조례 개정안을 도지사 발의 형태로 의회에 넘겼다.
이기찬 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 위원장은 “15년 전에 만들어져 불합리한 현행 요율체계를 정부 권고안에 따라 개선하는 것이어서 이견 없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앞서 경기도의회는 중개업계 주장을 받아들여 ‘고정요율’을 적용하려다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으면서 현재 본회의 상정이 연기된 상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번에도 강원도의회 본회의 하루 전인 12일 의회를 방문해 조례 통과를 막기 위한 로비를 벌였다. 하지만 경기도의회가 ‘고정요율’ 도입을 추진하며 도민 이익을 저버렸다는 비판에 처하자 강원도의회 측이 중개업계 로비를 넘어 ‘원안 그대로 통과’를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종원 서울YMCA 본부장은 “도민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례를 고치려던 경기도의회 탓에 중개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강원도의회가 잘못된 흐름을 바로잡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봄 이사철을 앞두고 조례가 통과된 만큼 곧바로 소비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제 남은 관전 포인트는 서울·경기 등 다른 지자체들이 강원도의회 결정을 따라 중개수수료 인하에 나설 것인지다. 강원도의회의 결정은 전국에서 처음 이뤄진 만큼 오는 26일 상임위에서 관련 조례를 다룰 서울시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전국 최초로 상임위에서 관련 조례를 통과시켰던 세종시의회는 6일 본회의에서는 “추가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아예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전북도의회 역시 5일 예정돼 있던 상임위 조례 심사를 연기했다. 경기도의회가 중개업계 요구를 받아들여 조례를 고치자 다른 지방의회 의원들도 ‘원안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몸사리기에 나선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은 강원도의회처럼 타 시·도 지방의회 역시 정부 권고안 그대로 관련 조례를 통과시키도록 시위 등을 통해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개편 조례를 적용받는 고가주택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만큼 서울·인천·경기 세 지역에서 조례가 시급히 통과될 수 있도록 지방의원들 설득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중개협회 로비도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돼 향후 중개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소비자단체와 중개업계 간 대립은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