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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월 10일(18:5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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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렌탈 인수전이 SK네트웍스와 한국타이어-오릭스PE 컨소시엄 간 2파전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10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KT렌탈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인수후보 간 가격조정 작업이 12일 마칠 예정이다. CS는 13일 인수후보자들의 제시한 입찰가 등을 종합해 KT 경영진에 보고할 예정이다. KT 측은 이르면 내주초 , 늦으면 구정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CS는 지난달 28일 마감된 본입찰에 참여했던 6곳의 인수후보 중 △SK네트웍스 △한국타이어-오릭스PE 컨소시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롯데그룹 4곳을 대상으로 프로그래시브딜(경매호가 매각방식)을 진행하며 가격을 매각가격을 9000억원대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본입찰 당시 입찰가격은 7000억~8500억원 사이에 형성됐었다.
본입찰 때 가격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던 곳은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인 어피니티였다. 작년 11월 예비입찰 때부터 강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던 렌터카 업계 4위 업체인 SK네트웍스는 가격 측면에선 어피니티에 뒤쳐지지만 렌터카 운영 노하우와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반전을 모색하는 구도였다. 특히 SK네트웍스는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PEF와 달리 지속적인 재투자를 실시하며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가격 차를 극복한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전략적투자자(SI) 대 재무적투자자(FI) 구도로 인수전을 끌고갈 경우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또다른 전략적투자자인 한국타이어가 본입찰 때 불참한 오릭스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이 같은 구도를 흔들고 나섰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뜻밖에 한국타이어가 오릭스PE와 손을 잡고 프로그래시브딜에 공격적으로 참여하면서 SK네트웍스가 원했던 방향대로 인수전이 전개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CS는 인수후보자들과 수차례 미팅을 실시하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유일한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니티는 9000억원 중반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는데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가 9000억원을 상회하면서 내부수익률(IRR)이 한자리수로 내려앉는게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현대증권에서 6000억원 규모의 인수자금을 대출받은 점도 부담이었다. 최소 10% 이상 IRR을 추구하는 PEF 특성상 KT렌탈의 가격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게다가 렌터카 사업 속성상 매년 신차 구매 등 꾸준한 재투자를 실시해야 하는 점도 프로그래시브딜 과정에서 어피니티가 본입찰 때보다 높은 가격으로 배팅하기 쉽지 않은 이유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SK네트웍스와 한국타이어-오릭스PE 컨소시엄의 양강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지만, 한국타이어 컨소시엄이 가격 부분에서 보다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투자은행 관계자는 "누가 9500억원 이상을 써낼 수 있는지가 이번 싸움의 승부처"라며 "조현범 사장이 직접 딜을 챙기고 있는 한국타이어 컨소시엄의 인수의지가 SK네트웍스를 앞서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다만 공기업 성격이 강한 KT 특성상 무턱대고 최고가 매각만 고수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황창규 회장 등 KT 경영진 입장에선 렌터카 사업 역량, 인수 이후 구조조정 문제, 지속적인 재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각 이후에도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데 보다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각 이후 잡음이 나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고가를 제출하지 않은 후보자의 손을 들어줄 경우엔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면서 "KT 경영진이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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