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지분 변동기업 후보는 44곳…일감 몰아주기 규제 14일 시행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오는 14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제2의 현대글로비스’ 후보 기업들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현대글로비스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 지분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지분 매각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덩치가 큰 기업들이어서 M&A나 지분 매각 이슈가 제기될 경우 증시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국내 상위 20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44곳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총수 및 친족이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중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200억원 이상인 기업이다.
해당 기업은 삼성그룹(제일모직) 현대차그룹(서림개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현대머티리얼, 이노션, 현대오토에버) SK그룹(SK C&C, 에이앤티에스) 등이다.
이들 기업은 규제를 피해 나가기 위해 내부거래를 줄이거나 지분 매각, 계열사 합병,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블록딜)으로 총수 일가 지분을 30% 미만으로 줄인 현대글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한화 빅딜을 통해 매각한 삼성종합화학,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택한 현대엠코 등은 M&A를 통해 관련 규제를 해소한 사례다. 이 밖에 제일모직은 옛 삼성에버랜드 시절인 2013년 내부거래 비중이 낮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는 합병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내 급식업체 웰스토리는 분사하면서 내부거래를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업계에서는 SK C&C, 현대오토에버 등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내부거래 매출액 규모가 큰 반면 총수 일가 지분율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가 다른 기업에 비해 쉽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SK C&C와 SK의 합병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SK C&C 보유 지분은 43.43%다. SK C&C와 SK가 합병할 경우 최 회장 등의 통합법인 지분율은 25% 안팎으로 규제 대상 3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상장사로 현대차그룹 IT기업인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 가능성 및 계열사 합병 등 다양한 방안이 가능한 상황이다. 총수 일가의 현대오토에버 지분율은 29.15%로 현재는 비상장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지분율인 20%를 웃돈다. 그러나 IPO 후 상장사가 될 경우 상장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지분율인 30%는 밑돌며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한우람 기자 / 오수현 기자]